「콤비·플레이」불발이 패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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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고려대 농구는 지난2년간 이충희 임정명의 황금「콤비」가 무르익으면서 대학뿐만 아니라 실업을 통틀어 최강의 전력을 누렸다.
29일의 종합농구선수권대회 준준결승전은 이 이-임「콤비」가 졸업을 눈앞에 두고 모교에 봉사하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불운을 안고 말았다.
반면에 삼성으로선 와신상담해 오던 필승의 전략이 적중, 쾌재를 불렀다.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도 창단 이후 고려대엔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으며 결국 삼성이 먼저 이 난적을 처음으로 궤멸시키는데 성공한 셈이다.
지난해 12월의 대통령배대회 때 삼성은 가장 많은 국가대표를 포용한 화려한 「멤버」임에도 고려대의 노도와 같은 「파이팅」에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이때 전략상의 실수가 지적되었다.
학생특유의 투지에다 힘과 「스피드」를 최대로 활용, 백병전을 구사한 고려대의 「페이스」에 삼성이 정면대결로 응수한 것이 패인이었던 것.
이번에도 고려대는 처음부터 강력한 「맨·투·맨」에 흥분을 유발시키는 속공전법으로 삼성을 자극시켰다.
그러나 삼성은 딴전을 피우듯 허허실실의 지·속 병용주의를 구사, 고려대의 김을 빼고 박인규 진효준의 안정된 중거리「슛」으로 착실히 득점을 쌓았다.
고려대의 결정적 패인은 이보다 「팀」의 기둥인 임정명의 부상으로 인한 퇴장에서 찾아야할 것 같다.
전반시작 불과 4분44초만에 임정명은 왼쪽발목을 삐어 퇴장, 이충희와의 황금「콤비」가 와해되어 고려대 전력은 치명상을 입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이충희는 「외로운 장수」로 전락, 공포의 「슈팅」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득점 16점).
득점기계 이충희를 살리는 임정명의 공헌도를 실감케 했다. <박군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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