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홍역 치르고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정부의 모든 시책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생활의 불편이나 불평을 없애고 형평과 사회정의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하여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금년도 대학입시제도는 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문교행정의 부재, 정책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
걸핏하면 예산부족만을 내세우던 문교당국이 예산과는 아무관계가 없는 입시제도마저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으니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할 것인가.
입시제도 운영자체가 교육의 일환임을 생각할 때 합리적으로 복수지원을 허용, 「사행심」「투기심」을 조장한데 대해 문교당국은 깊은 반성이 있어야 할줄안다.
2중, 3중, 심지어 5중 지원 등에 따르는 학부모의 직접·간접적인 경비지출을 문교당국은 한번쯤 계산해 보았는지 의문스럽다. 비생산적인 제도의 개혁이 물질적·정신적 손실을 얼마나 가져왔는지를 생각해 봐야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괴로웠던 일은 예시성적이 비슷비슷한 학생가운데 A군은 세칭 일류대학에, B군은 2류 대학에 합격하는 결과가 생긴 것이다.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아픔을 안겨주었다.
이번 입시제도에서 파생된 사회적인 문제도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점장이가 한몫 모았다든가, 고교교사들도 진학지도를 할 자료나 확신이 없어 우왕좌왕했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서도 이번 대학입시 제도가 얼마나 문제점을 안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극단적인 예로 예비고사에서 3백10점 이상을 취득한 학생중 4백58명이 서울대의 여러 학과에 지원, 복수지원율이 20%(5백68명)를 넘었으니 이 사실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번 대학입시를 경험한 학부모의 한사람으로 상식적인 몇 가지 대안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예비고사는 어떤 형태로든 존속시키는 것을 찬성하지만 복수지원은 금지해야 할 것이다.
또 국가기관에서 본고사 출제기관을 구성, 고교 교과과정 안에서 쉬운 문제를 주관식으로 몇 가지 유형으로 출제, 각 대학이 이 유형 안에서 문제 군을 선택해서 본고사를 관리하도록 했으면 한다.
그리고 예비고사의 결과를 통일된 하나의 기관에서 철저히 분석, 과학적인 자료를 일선고교에 배포해서 고교 담임선생이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자신있게 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이룩되리라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