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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시 주방위군 투입 요청 … LA폭동 악몽 재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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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찰 총격에 숨진 마이클 브라운을 추모하는 흑인 시위대가 17일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 두 손 든 자세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왼쪽). 비상사태가 선포된 퍼거슨시에서 이날 방독면을 쓴 경찰이 고무탄을 장전한 총을 시위대에게 겨누고 있다. [퍼거슨 AP=뉴시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가 18일(현지시간) 퍼거슨시 사태 해결을 위해 주방위군 투입을 요청했다. 지난 9일 경찰 총격에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추모하는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폭동으로 번지자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이틀 만에 취한 조치다. 이 지역에서는 야간 통행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고무탄과 최루탄, 화염병을 주고받는 대치가 계속됐었다. 주방위군 투입 요청으로 1992년 LA 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사건’이 미주리에서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오후 9시쯤 마이클 브라운이 숨진 곳에서 두 블록 떨어진 퍼거슨 시내 중심가에서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다. 폭동 진압 장비를 착용하고 중무장 장갑차를 앞세운 100여 명의 경찰이 최루탄을 일제히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는 이에 맞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했다. 주일 예배를 진행하던 목사와 민권 운동가들까지 나서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날 충돌은 브라운에 대한 1차 부검 보고서가 공개된 뒤 시위가 격화되면서 빚어졌다. 부검 결과 브라운은 머리에 2발을 포함해 적어도 6발의 총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1차 부검을 집도한 마이클 베이든(80) 박사는 “두개골에 명중한 총탄이 치명적이었다”며 “오른쪽 팔에 4발을 맞았고 모든 총알이 브라운의 전면에서 발사됐다”고 밝혔다. 그는 부검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브라운이 몇 발의 총탄을 맞았는가를 시민들이 묻고 있다”며 “사건 첫날 공개할 수도 있었는데 경찰이 공개하지 않자 시민들은 은폐를 의심했다”고 덧붙였다. 1차 부검은 유족의 위임을 받은 벤자민 크럼프 변호사가 존 F 케네디와 마틴 루서 킹 주니어를 포함해 2만 건 이상의 부검 경력을 가진 베이든 박사에게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의혹이 확산되자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연방검시관의 부검을 지시했다. 브라이언 팰런 법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태를 둘러싼 특수한 상황과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연방 검시관실에 추가 검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의 총격을 규탄하는 시위는 LA로도 확산됐다. 17일 LA경찰국 앞에서는 500여 명의 시민이 모여 지난 11일 LA 경찰관 2명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년 이젤 포드(25)를 추모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살인 경찰 이제 그만”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으며, 지나던 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에 동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신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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