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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컵' 만 5개 … 메이저 끝판왕 박인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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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인비(가운데)가 18일(한국시간) LPGA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신지은(왼쪽), 이미나(오른쪽)로부터 물 세례를 받고 있다. [ AP=뉴시스]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이번 주를 위해 아껴 놨다”고 말했다. 지난 주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에게 연장 끝에 빼앗긴 마이어 LPGA 클래식 우승컵을 두고서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위해 일반 대회 우승을 참았다는 농담이다.

 지난해 3연속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박인비가 또 메이저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 인근 몬로 골프장에서 벌어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이 무대다. 최종합계 11언더파인 박인비와 브리트니 린시컴(29·미국)가 연장을 벌였다. 첫 홀에서 승리한 박인비가 2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LPGA 통산 11승을 거뒀는데 그 중 5승이 메이저다. 메이저대회 밖에 없던 LPGA 투어 초창기를 빼면 박인비의 메이저 우승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표 참조) 박인비는 J골프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해도 메이저에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으려면 메이저 우승을 해야 한다. 아담 스콧(34·호주)은 “메이저 1승을 일반 대회 5승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고, 톰 왓슨(65·미국)은 “다른 대회가 학기 중 보는 쪽지 시험이라면 메이저는 학기말 고사다”고 말했다. 실력이 있다고 꼭 우승하는 것도 아니다. 스티브 스트리커(47·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34·스페인), 콜린 몽고메리(51·스코틀랜드), 리 웨스트우드(41·잉글랜드), 루크 도널드(37·잉글랜드) 등 뛰어난 선수들도 메이저 우승은 못했다. 최경주(SK·44)는 PGA, 김미현(37)은 LPGA 투어 8승씩을 했지만 메이저는 없다.

 다른 선수들은 메이저라 더 부담을 가지는데 박인비는 반대다.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에서 잘 친 경험이 많아 기대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는 코스가 어렵다. 한 홀에서 많은 타수를 잃는 경우가 많다. 박인비는 멘탈이 강하다. 더블보기 이상의 대형 사고가 상대적으로 적다. 메이저대회에서 자주 접하는 트러블 샷에 능한 것도 장점이다. 박인비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드라이버 입스(불안감 때문에 샷을 망치는 것)에 시달렸다. 박인비는 “그 동안 각종 트러블 샷을 모두 경험했고 파 세이브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큰 경기에, 중요한 순간에 강하다. 18일 벌어진 L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전반에 짧은 퍼트를 수 차례 놓쳤다. 그러나 승부가 갈리는 후반엔 달랐다. 17번 홀에서 2m 버디 퍼트를, 18번 홀에서 5m 파 퍼트를 넣었다. 반면 2타 차로 앞섰던 린시컴은 17번 홀에서 버디를, 18번 홀에서 파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연장에 가야 했다.

 린시컴은 18번홀 연장에서 박인비 보다 40야드나 핀에 가까운 곳에서 두 번째 샷을 했지만 정규경기와 똑같이 훅을 냈고 1.8m 파 퍼트를 넣지 못했다. 박인비는 내리막 칩샷을 1m에 붙여 우승했다.

 박인비는 “요즘 메이저 대회가 장타자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지면서 한국 선수가 우승하기 참 어렵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그런 점들을 극복하고 우승해 정말 뜻 깊다”고 말했다.

 LPGA 투어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 이후 열린 2경기에서 한국 선수가 모두 우승했다. 최연소 메이저 우승과 최연소 세계랭킹 1위를 노렸던 리디아 고(17·뉴질랜드)는 마지막 두 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8언더파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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