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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생존법 디바이드' 까지 나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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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민상 기자 중앙일보 기자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한 어린이가 다이빙센터 물속에서 해난 사고 생존법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민상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물속에서 왜 눈을 떠야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재난시대의 생존법을 소개한 기사(본지 8월 9일자 토요판 14면)가 나가자 이런 e메일을 받았다. 학부모와 초등학생이 참여한 생존 수영법 강의장에서도 “눈이 안 아픈가요” “렌즈 낀 사람은 어쩌죠”라며 유독 ‘물에서 눈을 떠라’는 조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강사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지만 쉽게 고개가 끄덕이지 않았다.

 기자가 수심 5m 물에 뛰어들어서야 몸으로 그 이유를 이해했다. 머리는 밑으로 한없이 고꾸라졌고 수압에 공포감까지 엄습했다. 김종도(40) 강사는 “물속에서도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아야 긴장을 덜 수 있다. 파도에 휩쓸리는 물건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법은 책으로만 익힐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이어지는 심폐소생법 강의도 마찬가지였다. 책에는 “가슴을 손으로 누르는 속도가 1분에 100~120회여야 한다”고 적혀 있지만 그게 실제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강사는 “속도를 몸으로 익혀야 합니다. 힘이 빠지면 앞사람과 바로 교체하세요”라고 소리쳤다. 모형 인형 가슴 30번을 누르고 나니 힘이 빠져 숨이 헉헉댔다. 한 학부모는 “이런 걸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인터넷 동영상이라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사가 나가자 생존법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이 500여 명 더 늘었다. 카페 운영자는 기업 강연 요청도 받았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직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정보”라며 “직원 교육을 위해 강사를 부랴부랴 섭외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학부모들은 머리로 익힌 것만으론 뭔가 부족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생존법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점차 멀어지고 있다. 특히 비용 문제 때문에 저소득층 학생일수록 수영 등 생존법 교육을 받을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다.

 ‘디지털 디바이드(divide)’ ‘잉글리시 디바이드’라는 말처럼 정보기술 활용능력이나 영어 구사력의 차이로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생존법 디바이드’라는 말까지 나올 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수영 교육은 어릴수록 효과가 높은데 항상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라며 “교육감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흑인이 백인보다 수영 교육을 받기 어려워지자 시민단체들이 나서 무료 교육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당국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관심이 아쉽다. 자꾸만 세월호 아이들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김민상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