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기념 건축물 매입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리스부르크」구시청사=5천「마르크」 (1백75만원), 대지 1천㎡, 건평 2백㎡/「바트·프리드리히스할」성=62만「마르크」 (2억1천7백만원….』
요즘 서독 등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동산 목록」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목록에 오른 것들은 여느 부동산이 아니다. 모두 정부 당국의 지정을 받은 역사적 기념 건축물들이다. 지난해부터 서독의 한 지방 정부가 고성과 구시청사·병영 등 보존 가치가 있는 기념 건축물들을 일반에게 팔아 넘기기 시작하자 전 「유럽」에 『골동 구입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판매 「리스트」에 오른 것은 북 「뷔르텐베르크」 안에 있는 고성·병영·농장 건물·수도원·목사관·구시청사 등 30개의 옛 건물들. 그 동안에 지방 정부가 보호 관리해온 기념물들이다. 이들에 관한 설명과 사진을 넣은 판매 「캐털로그」는 첫 5천부가 나오자마자 곧 매진. 전 「유럽」에서 부동산 투자가와 사업가, 자연애호가와 돈 많은 호사가 등 1천여명의 원 매자가 몰려들었다.
공공소유였던 이 건축물들을 민간에게 넘기기로 한 것은 『기념 건축 보존의 새 차원을 열기 위한 것』이라는게 「뷔르텐베르크」 당국의 말이다.
서독에선 지금까지 기념 건축물의 사용이 크게 제한돼 왔다.
사유가 금지된 것은 물론 그 주변의 새 건축물 설립조차도 역사적인 맥락에 맞춰 세워져야 한다는 등 제한이 까다로왔다.
그러나 어느 나라고 당국의 문화재 관리는 아무래도 미흡하게 마련. 서독도 마찬가지여서 예산 부족과 관리 미비로 기념물들이 조금씩 쇠락해 가자 당국이 「사유화에 의한 관리 보존 개선」이란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30개 건축물들은 비교적 값이 싼 편이다.
가장 값싼 것은 5천「마르크」 (1백75만원)짜리 「리스부르크」 옛 시청사. 그러나 수리비는 25만「마르크」 (8천7백50만원)나 된다는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하이델하임」의 「에글링겐」성. 대지 1천8백㎡, 건평 5백25㎡, 25만「마르크」 (8천7백50만원)의 값이 매겨진 이 16세기의 고성은 원매자가 1백여명이 넘는 다.
「슈투트가르트」의 한 「호텔」 주인은 「바트·프리드리히스할」에 있는 한 성을 62만 「마르크」 (2억1천7백만원)에 사들여 1백만 「마르크」 (3억5천만원)를 들여 수리, 방 24개와 식당 2개를 갖춘 호화 「호텔」을 차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념 건축 구입 「붐」은 이런 장삿속이나 고 건축 취향 외에도 기념 건물을 소유할 때 받는 세금 감면과 정부의 수리비 지원, 장기 융자 등 경제적 혜택에도 힘입고 있다.
「뷔르텐베르크」 지방의 이 같은 정책이 대성공을 거두자 다른 지방들도 곧 뒤따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념 건축 구입 「붐」은 점점 열기를 더해갈 전망이다. 【본=이근량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