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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급 안전검사 독점 그대로 … 해기사 자격·교육 강화도 진전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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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월호 사고 발생 4개월째이지만 안전과 직결된 해운 관련 제도들은 아직도 정비되지 않고 있다. 여객선 안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각종 제도들이 세월호 사고 이전처럼 여전히 국내 각 항구와 여객선에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운항관리자는 여객선의 안전을 책임지는데도 여전히 해운사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 소속으로 남아 있다. 세월호 사고 이전과 똑같다. 때문에 선박 안전 감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월호는 과적이나 화물 고박(固縛) 상태에 대해 운항관리자의 제재를 받지 않고 4월15일 인천항을 출발해 304명이 희생됐다.

 이후 검찰은 10여 명의 운항관리자에 대해 선박 안전상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들이 재판을 받으면서 업무 공백이 생기자 해운조합은 지난달 임시방편으로 운항관리자 13명을 계약직으로 뽑았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전기정 해운물류국장은 “계약직은 제도가 바뀔 때까지 업무를 대신한다. 해양경찰과 지역 항만청이 감독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직이라도)예전처럼 허술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항하려는 선박에 대한 안전 감독 업무를 한국해운조합이 아닌 다른 기관이 수행하려면 법을 바꿔야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선급(KR)의 선박 안전검사 독점도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선급은 세월호 사고 이전에 세월호의 안전 상태에 이상이 없다고 엉터리 판단을 하는 바람에 도마에 올랐었다. 때문에 지난달 감사원은 “(한국선급이) 배에 싣는 차량을 제대로 고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 때문에 사고 직후엔 선박 검사 시장을 해외에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해수부는 한국선급에 위탁한 독점 권한을 회수하거나 변경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승선권 발급 시스템 확충 문제도 진척이 없다. 국내 구간 여객선에 대한 준공영제 필요성, 해기사 자격요건과 교육 강화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여객선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해수부 공무원들은 국회를 탓한다. 국회에서 진행 중인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끝나지 않은 상태라서 정부로서도 법 개정안을 만드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해상법) 교수는 “사고 조사가 끝나야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때문에 여객선 이용객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사고 조사와 동시에 사고 이후 지금까지 지적된 문제를 개선할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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