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객 '벌쏘임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15일 오후 2시 30분쯤 경남 진주시 수곡면 한 야산에서 벌초를 하던 김모(73)씨가 벌에 쏘인 후 의식을 잃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만에 숨졌다. 함께 벌초를 했던 부인 이모(71)씨는 “벌초를 하는데 갑자기 벌이 나타나 몇 번 쏘인 뒤 바로 쓰러졌다”고 119에 신고했다.

지난 5일 오후 2시 40분쯤 강원도 태백시 철암동 금강골 휴양림 입구에서 낫으로 풀을 베던 전모(64)씨가 벌에 얼굴을 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씨가 쏘인 벌은 말벌이 아니고 일반 벌로 알려졌으며 얼굴 부위에 두 곳 쏘였다.

처음엔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대화가 가능한 상태였으나 병원 후송 과정에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숨졌다. 지난달 8일 같은 장소에서 역시 풀을 베던 장모(69)씨도 벌에 쏘이면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사흘 입원한 뒤 퇴원했다.

다음달 8일로 추석이 다가오면서 풀을 베다가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발생한 벌초 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벌에 쏘이는 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벌초 안전사고는 2011년 450건, 2012년 509건, 2013년 643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 중 벌쏘임 사고는 2011년 328건, 2012년 422건, 2013년 524건으로 72%~81%의 비율을 보였다. 사고는 연중 8~9월에 65%가 발생한다.

다음으로는 뱀물림, 예초기 사고 등의 순으로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도 2010~2012년까지 추석 전 한달 사이 발생한 벌초 사고 중 85%가 벌에 쏘이는 사고였다.

벌에 쏘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벌초 전에 벌집 여부를 살피고 벌집을 발견하면 무리하게 떼지 말고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 또 작업자는 향이 진한 화장품, 밝은 색 계통이나 털이 많은 옷은 피하고 긴 소매 옷을 입어야 한다. 벌이 나타났을 때에는 손이나 손수건을 휘둘러 자극하지 말고, 낮은 자세로 벌이 이동하기를 기다리거나 현장을 빠져나와야 한다.

백운성 경남도 소방본부 구조담당은 “벌에 쏘였을 때는 신용카드로 피부를 밀어 벌 침을 제거하고 과민성 반응에 의한 쇼크 환자는 재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벌 독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일반 벌에 쏘여도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해독제 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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