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구성…인물 다룬 솜씨 높이 살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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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예심을 거쳐 우리에게 넘어온 작품이 모두 45편에 이르렀다.
예년에 비해 양적인 증가를 보인 응모작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한 편이었다.
3차에 걸친 심사 결과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정찬동의 『새』, 이영옥의 『즐거운 전쟁』, 유대효의 『격리』, 장형규의 『봄으로 가는 꽃가마』였다. 그밖에도 김조운의 『더 높은 곳을 향하여』와 안준용의 『자수』도 논의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 두 작품은 그 소설적 구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너무 평범하고 도식적이라는 이유로 제외되었다.
『즐거운 전쟁』은 사족이라 부를 수 있는 작가의 발언이 지나치게 노출되어 있는 점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나머지 세 편에 대해서는 우리들 각자가 결론을 내리는 데 많은 논의를 했다.
『새』는 불구의 동생과 <나> 사이의 긴장된 대립이 감상에 흐르지 않은 점에서 높이 살 수 있었지만 서두 부분의 대화가 작품의 균형을 깨뜨렸고 동생의 죽음으로 그 긴장된 대립이 무너져버린 점에서 아깝게 생각되었다.
『격리』는 갱내에서 사고를 당한 주인공이 자신과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사물들을 관찰함에 있어서 새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완전히 격리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이 시간적·공간적 상상력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이 작품은 보다 큰 깊이를 획득했더라면 훌륭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봄으로 가는 꽃가마』는 이야기 자체를 끌고 가는 힘이나 소설의 구성에 있어서 나무랄 데가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인물 전체를 긍정적으로 다룬 작자의 능력도 높이 살만하다. 다만 작자의 사유가 정신의 낡은 질서에 지나치게 매여있지 않기를 바란다.
신인의 등장의 작품의 새로움과 균형이 내면적인 치열성의 뒷받침을 받았을 때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작품이 드물었지만, 많은 논의를 한 끝에 실험 정신이 들어있는 『격리』를 가작으로, 완벽성을 갖춘 『봄으로 가는 꽃가마』를 당선작으로 결정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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