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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 없어도…'살아있는 전설' 퀸, 43년만에 첫 내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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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는 없었지만, '퀸(Queen)'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14일 밤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 퀸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순간, 팬들은 팍팍한 현실을 내려놓고 음악에 몸을 던졌다. 그곳에서 우린 퀸의 노래처럼 모두 챔피온이었다.

1970~80년대 전세계를 호령했던 록밴드 퀸이 ‘2014 슈퍼소닉’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섰다. 73년 데뷔 앨범 ‘퀸’을 발표한 이래 40여년만의 방한이다. 에이즈로 사망한 프레디 머큐리(1946~91)와 97년 은퇴한 베이시스트 존 디콘(63)은 없었지만 이들이 이룩해놓은 음악적 업적을 체감하는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지난 두 달간의 북미투어에서 호흡을 다져온 브라이언 메이(67ㆍ기타)와 로저 테일러(65ㆍ드럼), 그리고 객원보컬 아담 램버트(32)는 ‘퀸+아담 램버트’란 이름으로 더 젊은 버전의 퀸을 선보였다.

공연의 포문을 연 것 브라이언 메이가 작곡한 ‘나우 아임 히어’(1974)'였다. 징이 빽빽히 박힌 가죽 재킷에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나타난 램버트는 특유의 팔세토 창법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메이는 퀸의 전매특허인 그의 수제 기타로 웅장한 사운드를 빚어냈다. 메이는 2011년 음악잡지 ‘롤링스톤’에서 뽑은 ‘역사상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에서 26위에 올랐을 만큼 뛰어난 연주자다. 포스트 퀸 세대의 젊은 관객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연주자에게 “위 러브 유!”로 화답했다. '킬러 퀸' ‘아이 원트 잇 올’ ‘라디오 가가’ 등 20곡이 넘는 히트곡 릴레이에 쉴새없이 떼창은 이어졌다.

아담 램버트는 영민한 보컬이었다. 2009년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8’에서 퀸과 공연하며 인연을 맺은 그는 프레디 머큐리를 모창하지 않고 자신의 색깔로 무대를 채웠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깨끗한 음색으로 쭉 뻗어나가는 맛은 없었지만 다채로운 톤으로 좀 더 끈적끈적한 퀸을 들려줬다. 프리마돈나를 연상케하는 고음, 폭발적인 성량, 온 몸으로 발산하는 중성적인 매력도 대단했다. 특히 곡 자체에 드라마가 있는 ‘섬바디 투 러브’ ‘후 원스 투 리브 포에버’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곡을 잘 소화했다. 그는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절대 프레디 머큐리와 비교될 수 없다. 그는 유일무이하다. 다만 나는 원곡과 내 스타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였다. 통기타를 들고 무대 한가운데로 나온 메이는 “프레디를 위해 이 노래를 불러달라”며 관객에 마이크를 넘겼다. 이어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공연 영상이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자 곳곳에서 그리움의 탄성이 터졌다. 메이는 한국말로 더듬더듬 “기분 좋다. 아름다워!”라고 말했다. 앵콜 곡인 '위 아더 챔피온'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전설이 남긴 명곡의 여운을 느끼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프레디 머큐리는 생전 인터뷰에서 “퀸의 공연을 보면서 두 시간만이라도 우리의 편이 되어 현실을 잊고 즐길 수 있었으면, 흥에 겨워 집에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바람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김효은 기자 hyoeun@joongang.co.kr
사진제공 2014 슈퍼소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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