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15개월 만의 금리 인하, 경제살리기로 화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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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인하된 기준금리 연 2.25%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를 빼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그만큼 현재의 경제상황을 심각하게 본다는 의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한은이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6월 내정 직후부터 한은에 직간접적으로 금리 인하를 통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최 부총리와 만나 “경기 인식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시장에선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국고채 3년짜리 금리는 지난달 2.8%대에서 최근 2.5%까지 하락했다. 금리정책은 무엇보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시장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통화정책은 늘 양면성이 있다. 금리를 놔두면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질까 걱정, 내리면 가계부채가 늘어날까 걱정해야 하는 식이다. 어느 나라 중앙은행이든 매파와 비둘기파로 나뉘어 매번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것도 그래서다. 이 총재도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가 늘어 소비 여력이 준다”며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효과는 길어야 1년을 가기 어렵다. 반면 빚이 늘어나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한은도 내부보고서를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까지 완화한 상태에서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이 더 심해져 소비 진작 효과보다 가계부채 확대가 더 우려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부·한은도 이런 부작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가계부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 아끼던 보도(寶刀)를 다 꺼내 든 만큼 실패는 용납될 수 없다. 시장에 풀린 돈이 막힌 곳을 뚫고 경제활력을 되살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정책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내년 초중반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