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체코」화 우려로 안절부절 하는「폴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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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본=이근량 특파원】「폴란드」는 게2의「체코」가 될 운명인가. 지난 5일「모스크바」에서 「바르샤바」동맹 긴급 수뇌회담이 열린 데 이어 소련군 40개 사단이 「폴란드」국경지대로 이동했다는 정보가 확인되면서 저물어 가는 80년도 국제기류가 또 한차례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긴급 소집됐던 「바르샤바」동맹회담은 서방측에서 볼 때 「출전 전야제」로 평가할 이만큼 의의가 깊다.
68년「체코」침공 때는 8월7일「바르샤바」수뇌회담이 열린 후 불과 1주일만에 소련군의 진주가 감행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폴란드」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서방측 우려의 배경이다.
이와 함께 소련군의 병력 이동상황을 살피면 더욱 우려가 크다. 현재 「폴란드」국경지대와 인접한 소련서부지역엔 14개 기갑사단과 24개 보병사단, 그리고 7개 포병사단 등 모두 45개 사단의 소련병력이 집결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폴란드」에 배치되어 있는 2개 기갑사단 이외에 최근엔 2개 보병사단을 새로 증강했고 동독에 주둔중인 20개 보병 및 기갑사단과 「체코」의 5개 사단까지 이동시킬 수가 있어 동원 가능한 소련군의 병력이 74개 사단에 이르고 있다.
소련이 마음만 먹으면 「폴란드」를 제2의「체고」화시키기에 충분한 병력이다. 그러나 소련군이 병력배치를 완료했다 해도 곧이어「폴란드」를 침공하리라는 견해엔 비관·낙관이 엇갈린다.
서독의 저명한 시사평론가「야콥슨」박사 등은 소련군의 「폴란드」침공 가능성은 거의 결정적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들 비관론자들은 「폴란드」노조지도자들은『자유화라는 미명을 지닌 반혁명 분자』로 규정한 소련「타스」통신을 인용하면서『자유노조활동이 더 확산되기 전에 무력개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경제불안에서 비롯된「폴란드」의 자유노조의 활동이 결과적으로 체제를 반대하는 정치적 성격으로 변색되고 있기 때문에 소련의 입장으로선 제2의 「체코」또는 제2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상태로 「폴란드」를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는 견해다.
반면 일부 낙관론자들은 소련군의 일련의 동태를 노조지도자들에 대한 위협수단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동서관계를 살피면 「폴란드」를 침공함으로써 서방측과의 경제단절을 초래, 악화일로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다른 한편으로는「나토」로 하여금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어리석음을 소련 스스로가 저지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낙관론의 배경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나토」의 입장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침공당시와 차이가 없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나토」가 공격 아닌 방어를 목적으로 하는 기구라는 점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문제다.
상황에 따라 「스웨덴」과 서독이 자유화의 진원지인「그다니스크」항구로부터 난민을 철수시켜야 되지 않느냐는 의견까지 나을 정도로 「나토」지역 이외에서의「나토」군사력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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