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외래문하의 차원 높은 조화를|예총, 순수예술「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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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총은 80년대의 순수예술이 당면하고 있는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8일 예총 강당에서 음악·미술·건축에 관한「심포지엄」을 가졌다. 김인환(미술), 원정수 (건축), 한상우(음악)씨 등은 주제발표를 통해 예술 각 분야에 걸쳐 외래예술사조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고 우리 나라 전통문화가 재음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서울시민의 예술향수』란 「심포지엄」에선 김소동(영화), 김정옥(연극), 홍낙훈(음악)씨 등이 주제를 발표, 국민의 예술향수문제가 곧 국민문화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다음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주제를 간추린 것이. 한상우씨(음악 평론가)는 한국음악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작곡의 빈곤에 있다고 했다.
몇몇 연주자의 국제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음악의 전반적인 수준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음악의 당면문제는 음악의 모든 요소에 있어서 얼마만큼「우리의 것」 을 담을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즉, 민족적인 전통도 아니요, 서구적인 모방도 아닌 보다 높은 감동을 줄 수 있는 다른 차원의「우리고유의 정신」을 발견하고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정수 교수(건축가·인하공대)는 「빌딩」이 중심이었던 건축 예술이 이제는 생활주거의 현실문제로 관점을 돌려야 한다고 했다. 일상적인 주거생활은 곧 살림집에서 시작되며 그 살림집은 가족 생명과 정신의 모든 것을 보호하는 안식처이기 때문에 높은 심미안에 의해 지어져야 한다고 했다.
원교수는 여기엔 물론 한국고유의 미학과 의식이 담겨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미술의 현황을 밝힌 김인환씨(미술평론가)는 오늘날 우리의 현대미술은 서구의 것만을 추구해 왔고 그러한 서구의 것에 우월성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현대 한국미술은 흐름의 중심도 없고 지향하는 좌표도 없이 혼란과 무질서 속에 빠져 있다고 경고했다.
김씨는 이러한 병폐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외래사조의 소화능력을 높여야 하며 이 소화능력은 어디까지나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에 입각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근간으로 해서 받아들이는 외래문화야말로 잘 소화시켜 새로운 우리의 것을 창조할 수 있다고 김씨는 강조했다.
영화예술은 근본적으로 감상자의 입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김소동 교수(한양대)는 주장했다. 따라서 감상자의 감수성과 문화수준이 중요시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이라고 했다. 또 영화에 있어서의 오락의 문제는, 오락이 인간의 본질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인간의 본질성을 다루는 영화예술에선 당연히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영화는 다른 예술분야보다 관객의 의식구조를 민감하게 작용시키기 때문에 오락을 예술성으로 승화시키고 사회의 윤리와 도덕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시민의 연극열과 연극의 문화적 의미를 밝힌 김정옥 교수(중앙대·연극협회 이사장)는 인구로 따져 서울엔 지금보다 10배 이상의 연극공연장이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도시인은 개인주의의 벽에 갇혀있고 이를 허물기 위해선 인간적인 만남이 필요하며, 인간적인 만남의 가장 바람직한 행위가 바로 연극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적인 폐허를 수습하고 도시인의 단절된 고독을 깨뜨리기 위해 당국은 연극의 육성발전에 보다 큰 정책을 펴야한다고 했다.
음악과 시민의 정서생활에 대해 의견을 밝힌 홍낙훈씨(작곡가)는 음악은 시민의 정서순화에 큰 몫을 하므로 시민들이 음악에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지역사회별로 음악당을 마련, 시민들이 손쉽게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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