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스타 교황'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험대 올랐다

중앙일보

입력 2014.08.13 18:30

업데이트 2014.08.13 19:32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순방에는 본지를 포함해 전세계 유력 언론사의 기자 70여 명이 동행했다. 교황의 취임 후 첫 순방이어서 주목을 받았던 지난해 7월 브라질, 그리고 언제나 세계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포함됐던 올 5월 중동 방문에 버금가는 규모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2010년 영국을 방문할 때 취재진이 1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취재 열기가 뜨겁다. 교황청에선 “지난 번 두 차례 방문 때보다 더 많은 120명가량이 지원했으나 70명으로 줄인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언론들은 교황의 방한 의미를 집중 분석했다. 교황의 인기가 록스타와 비슷하다며 그를 '록스타 교황'이라고 칭한 AP통신은 “이번 방한 후 교황이 내년 1월 스리랑카·필리핀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아시아는 가톨릭의 미래"라고 전했다. BBC 방송은 “교황이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가 사실상 가톨릭 불모지인 점을 부각한 것이다. 전 세계 인구 72억 명 중 61%인 44억 명이 아시아에 살지만 가톨릭 신자 중 12%만 아시아인이며, 그나마 대부분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필리핀에 집중된 현실을 지적했다. 반면 한국은 1990년에 비해 가톨릭 신자 수가 두 배로 늘어 현재 540만명에 달하며 매년 10만 명이 새로 영세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CNN방송은 “한국 교회가 작지만 세계에서도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이번 교황 방문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교황 순방으로 (한국의) 자생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선교가 가톨릭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며 “가톨릭 교회가 아시아에서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한국 가톨릭의 성장사도 다뤘다. 선교사의 선교가 아니라 자생적으로 교회를 형성했을 뿐 아니라 70~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가톨릭 교회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소개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박근혜 대통령도 명목상으론 율리안나란 세례명을 받은 가톨릭 신자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바티칸의 대(對) 중국 메시지에도 주목했다. 바티칸과 중국은 공식 관계를 맺지 않은 상태다. 중국 공산당이 가톨릭을 포함해 종교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여서다. 이달 초에도 중국 정부가 기존 교회를 박해하고 자체적인 기독교 단체를 만들었다는 보도로 가톨릭 교계가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요한 바오로 2세가 84년과 89년 두 차례 방한했을 때 중국 영공을 피하고 러시아 영공만 통과했다. 통상 영공을 지날 때 교황이 해당 국가의 지도자에게 인사말을 내놓는 게 관례인 만큼 중국에 대해선 그런 게 없었다는 뜻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러나 이번엔 중국 영공을 통과한다. 따라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이 크다. 교황은 지난해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시 주석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한 가톨릭 신부의 말을 인용, “교황이 중국을 거쳐 여행함으로써 가톨릭에 호기심을 가진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며 “교황은 또 중국 정부를 향해 가톨릭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 가톨릭 교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바티칸=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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