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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청도 한옥학교 변숙현 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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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경북 청도에 가면 한옥학교(www.hanokschool.net)가 있다. 한옥 건축을 실기 중심으로 가르치는 곳이다.

학교는 군청에서 낙대폭포로 올라가는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학교를 들어서면 주변엔 이 학교 학생들이 실습으로 지은 사모정.육모정 등이 미완성인 채로 서 있다.

이 학교를 만들고 끌어가는 사람은 청도 출신 변숙현(卞淑炫.45.사진) 교장이다. 영남대 건축공학과를 나온 변 교장은 한옥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는 "서양 건축에 밀려 한옥은 이제 사찰이나 재실 정도로만 남았다"며 "한옥을 짓는 것은 물론 보수할 인력도 찾기 어려운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래서 그는 창덕궁 복원의 도편수로 참여했던 김창희(74) 대목 등을 초빙해 지난해부터 한옥 짓기의 맥을 이을 목수를 길러내고 있다.

그동안 벌써 목수 100여명이 배출됐고 현재도 20명이 수학중이다. 장인정신을 기르고 연장 다루는 법 등을 가르친다.

그도 처음엔 아파트 등 서양 건축물을 지었다. 변 교장이 한옥에 빠져든 것은 중국 칭화대(淸華大)의 교육 실상을 접한 뒤부터다.

칭화대 건축공학과 학생들은 입학한 뒤 2년간은 중국 고유의 선과 공간 미학 등만 배운 뒤 3년째부터 서양 건축을 공부한다는 것. 반면 국내는 건축공학과가 4년동안 배우는 커리큘럼에 한옥은 3학점이 전부라고 한다.

서양 논리만 배워 어떻게 우리 풍토에 맞는 집을 지을 수 있겠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한옥학교는 목수 양성 이외에 청소년과 건축학도들에게 한옥의 눈맛과 손맛을 선보이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국적을 알 수 없는 건축을 뛰어넘어 우리 몸에 맞는 자연 친화적인 한옥 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다.

"다행히도 웰빙 바람과 함께 시민들이 황토방 등 한옥에 깊은 관심을 보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옥학교는 곧 전원주택용 한옥 모델을 개발해 선보일 계획을 갖고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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