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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선수만으로 … 경주고 '춘천대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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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신일고 김태우(왼쪽)가 11일 경주고와의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에서 상대 투수의 폭투를 틈타 7회초 홈을 밟고 있다. 신일고는 3-4로 패했다. [춘천=강정현 기자]

첫날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5년 만에 재창단한 경주고가 서울의 강호 신일고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주고는 11일 강원도 춘천 의암구장에서 열린 제48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일간스포츠·대한야구협회 주최, 스포츠토토 협찬) 1회전에서 신일고를 4-3으로 눌렀다. 경주고 야구부가 대통령배에서 승리한 것은 2003년 인천고와의 준결승전(13-8 승) 이후 11년 만이다.

 1982년 창단한 경주고 야구부는 1989·2003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차지했다. 최익성·곽채진(이상 은퇴)·전준우(롯데)·권희동(NC) 등 프로 선수도 여럿 배출했다. 하지만 2008년 야구부는 재정 문제로 해체됐다.

 야구부가 다시 만들어지기까지는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경주고는 지난해 12월, 재창단을 발표하고 야구 전학생과 중학 졸업 예정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모교 출신으로 삼성 내야수로 활약했던 정경훈 씨가 사령탑을 맡았다. 1995년 올스타전 MVP 출신인 정 감독은 99년 프로에서 은퇴한 뒤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다 돌아와 성남고에서 코치로 일했다.

 재창단한 경주고의 전력은 신생팀이나 다름없었다. 1·2학년으로만 구성된 데다 선수 숫자도 모자랐다. 이번 대회에는 14명의 선수들이 나섰지만 부상 등으로 인해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자기 포지션 외에도 다른 수비위치를 소화해야 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았다. 올해 주말리그 성적은 1승 8패. 경험 부족 탓에 1점 차로 진 것도 4차례나 됐다. 이날도 12명 선수 모두가 그라운드를 밟았다.

 경주고는 1회 말 상대 실책에 편승해 손쉽게 선제점을 얻었다. 1번 타자 박부성이 볼넷으로 나간 뒤 상대 포수의 패스트볼과 폭투로 홈을 밟았다. 신일고도 곧바로 반격했다. 2회 초 2점을 뽑아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경주고는 2회 말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볼넷과 몸 맞는 공으로 잡은 무사 1·2루 찬스에서 이명기의 희생번트와 양현모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2사 1·2루에서는 박부성이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3-2 재역전. 경주고는 3회 5번타자 장형욱이 좌월 솔로 홈런을 터트려 4-2로 달아났다. 결국 경주고는 신일고의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고 한 점차 승리를 거뒀다. 재창단 이후 처음으로 나선 전국대회에서 첫 승을 올린 것이다.

 정 감독은 “신일고가 강팀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상대를 긴장하게 만들자고 했다. 우리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선발 투수로 나와 6과 3분의1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1학년 사이드암 김표승(17)은 “선수 전원이 잘 해서 이겼다. 이번 대회 목표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앞서 열린 개막전에서는 설악고가 충주성심고에 12-0,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서울고는 충훈고에 16-5, 6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춘천=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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