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보제도 불합리|의료비증가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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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은 제도적으로 의료비가 무제한 늘어나게끔 되어있어 보험재정을 보호하고 피보험자들의 보험료 추가부담을 막기 위해 제도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KDl (한국개발연구원)가 보사부에 낸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현행의료보험제도는 의료비 지급방법이 과잉진료·비싼 치료를 유발하게 돼있고▲진료비중 약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으며▲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진료비 일부 본인 부담제(입원20%·외래30%·종합병원 50%)는 저소득층에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주고있다는 것이다.
의료비 지급방법이란 의료보험환자에게 진료 「서비스」를 한 의사가 어떻게 보수를 지급 받는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것은 점수제 (fee for service)다.
점수제는 의료기관에서 제공되는 8백11종의 진료행위에 대해 각기 정해진 점수 (초진은 1백85점)를 붙여 1점에 10원씩 계산하여 보수를 결정하는 것.
KDI보고서는 이 제도에서는 의사수입이 진료의 양에 정비례하기 때문에 수입을 늘리기 위해▲필요이상의「서비스」,즉 과잉진료와 이에 따른 의료비낭비가 오며▲진료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고▲예방보다는 비싼 치료를 하고▲가급적 혼자서 많은 환자를 치료하려는 동기로 의료의 질저하를 가져올 우려가 많다는 것이다. 또▲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일일이 점수를 계산하여 보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무처리의 번거로움과 관리비 증대를 가져오는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보험진료비에서 약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7%로 미국의 9%, 「프랑스」의 16%. 서독의 17%보다 월등히 높다고 밝히고 이는 우리나라 병·의원이 의료보험환자에게 약을 과용 또는 남용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특히 WHO(세계보건기구)가 약의 남용을 방지하기위해 모든 사람의 기초건강유지에 필요한 약품 수를 2백9개로 제한한데 반해 우리나라의 보험급여 대상 약품 수는 무려 3천4백99개 (8월1일 현재)나되어 약제비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본인부담율은 저소득층의 경우 고소득층보다 더 큰 부담을 주어 질병의 조기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1만5천원을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 월소득 12만4천원 봉급자의 소득에 대한 비율이 12·l%인데 비해 월소득 60만원인 사람은2·5%의 부담밖에 안되며 이들 소득별「그룹」의 병원이용률도 저소득층은 51%, 고소득층은 98%로서 진정한 의미의 사회보험이 안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DI는 개선책으로▲현행 점수제를 의사 1인당 일정기간에 일정수의 환자를 진료하도록하고 일정액의 의료비를 지급하는 인두제 (인두제=capitation)로 바꾸고▲약제비를 줄이기 위해 보험약품수를 기초적 필수약품으로 대폭 줄이며▲저소득피보험자에겐 의료비용의 본인부담률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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