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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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육순의 한 대중가수가 문화동장을 받게 되었다. 1930연대 망국의 시름을 담은 『눈물젖은 두만강』을 부른 김정구씨. 지금도 때때로 TV에 출연해 이젠 고전조가 되고만 옛 가요를 불러 애환를 자아내는 가수다.
『눈물 젓은 두만강』은 1936년 그의 약관시절에 부른 노래다. 요즘도 복고취향이 없지 않아 젊은 가수들이 그 노래를 불러 보지만, 정취는 어딘지 옛풍을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대중가요는 대중문화가운데서도 「에선스」를 이루고 있다. 우선 그 시대의 풍정이 노래가락에 실려 대중의 심금에 「어필」하고 가사도 이를테면 대중시의 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수 고복준씨가 부른 『아아, 으악새(역새) 우는 가을인가요』의 「짝사랑」은 가락없는 가사만을 음미해도 훌륭한 시 한편의 「무드」를 갖고있다.
1960연대 영국의 「엘리자베드」 여왕이 「비틀즈」에게 문화동장을 달아줄때 많은 사람들은 놀라기보다는 오히려 환호했었다. 그들도 대중가수임에 틀림없다. 권위와 명예를 누구 보다도 존중하는 영국인들의 관습에 그것은 걸맞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국왕실은 무려 10년을 두고 세계인을 열광시킨 바로 그 대중가수들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엘리자베드」여왕이 1965년10월 「브리티시·엠파이어」 5등동사훈장을 달아줄 때 「버킹검」궁전엔 수백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궁정은 대문까지 걸어 잠가야 했었다. 영국군중들이 「버킹검」 대문을 뛰어 넘는 소동을 벌인 것은 처음본 일이었다고 한다.
대중가수는 그처럼 현대의 우상이며 영웅같기도 하다. 그것은 단순히 속취나 속취일수만은 없다. 엄연히 대중이 있고, 그 대중들의 감성이 있고, 환호와 열광이 있고 보면 예술의 한 「장르」로서 평가받을 만한다.
대중문화를 이끄는 사람들은 그런 점에서 긍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긍지는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수련과 진지한 예술탐구의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다. 혼히 대중가수가 인기에만 집착하다가 오히려 하루 아침에 몰락하는 것은 역시 자기수련의 축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선 생활의 절도가 있어야 그의 노래에도 생명과 힘과 사순한 감동이 따르게 마련이다. 피나는 노력없이는 어느 예술이든 생명을 가질 수 없다.
이번에 대중가수에게 문화동장이 수여된 것은 대중문화의 새로운 경지를 여는 한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과 같은 전자문명시대에 대중가수들은 정말 「황금의 시대」를 만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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