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BOX] 해적 출신 구루지마, 전사한 형 원수 갚으러 출정 … 와키자카와 갈등

중앙일보

입력 2014.08.09 01:43

업데이트 2014.08.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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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화 ‘명량’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구루지마 미치후사(來島通總)의 정체에 대해선 학계 의견이 갈린다. 유력한 설은 일본의 혼슈(本州)·규슈(九州)·시코쿠(四國)에 에워싸인 내해(內海)인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호령하던 무라카미(村上) 해적의 일족인 구루지마 가문의 미치후사가 이순신 장군에 의해 전사한 형 미치유키의 원수를 갚기 위해 출정했다는 것이다. 구루지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규슈 정벌 후 도요토미 측 영주가 된 가문이다.

 그러나 일부 일본 측 기록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엔 동일 인물을 두고 마다시(馬多時)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물에 빠진 마다시를 건져내 베어 토막 내니 적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는 부분이다. 향토 사학자 박승룡씨는 “일본 장수 간 마타시로(菅又四郞)가 비슷한 시기 전사했다”며 “‘마타시로’라는 이름이 ‘마다시’로 전해졌을 가능성도 크다”고 전했다.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이 인물은 조선시대 사료인 『연려실기술』 선조편에도 ‘마다시’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 측 수군의 뛰어난 자”로 묘사된다. ‘난중일기’를 완역한 노승석 여해연구소장은 “임진왜란 이후 재건 과정을 기록한 조선 중기 학자 신경의 『재조번방지(再造藩邦志)』에도 ‘마다시는 세력이 지극히 커서 사람들이 모두 두려워했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구루지마의 정체는 일본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에히메(愛媛)현 사학자 시가 가쓰노리(志賀勝則)는 e메일 인터뷰에서 “사료를 볼 때 해적 구루지마라는 설이 유력하다”면서도 “현재 일본 학생들을 위한 정규 역사 교육 과정에서 임진왜란은 빠진 경우가 많아 앞으로 연구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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