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미로 둔갑하는 정부미|합동 조사서-악덕 양곡상 등 173명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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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에서 가마당 4만1천6백원에 방출되고 있는 정부미가 양곡 상인들에 의해 지방으로 내려가 약간의 가공을 거쳐 6만원짜리 일반미로 둔갑, 서울로 되돌아와 있는 것이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농수산부와 치안본부·서울시가 합동으로 실시한 양곡 유통 실태 조사와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것으로 당국은 정부미의 지방 유출·기타 부정 행위를 한 1백73명을 적발, 고발 또는 행정 처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이번 단속에서 드러난 정부미의 지방 유출 행위가 서울의 쌀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고 이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에 드러난 사례를 보면 양곡 중개상 양모씨 (서대문구 북아현동 159의 36)의 경우 농협 북아현 4판매점과 마포구 신수 1판매점에서 각각 정부 단 일미 60㎏짜리 40여 부대를 웃돈을 주고 산 뒤 이를 일반미로 재 포장, 고양군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정모씨 (마포구 신수동 91의 379)의 경우도 강남구 신사 판매점·잠원 판매점·동교 판매점등에서 웃돈을 주고 정부 보리쌀을 2백여 부대나 모아 충주에서 일반보리쌀로 팔았다.
감사원이 적발한 김모씨의 경우는 서울 잠실·연희·화곡 지구에서 정부 단 일미를 사들여 이를 지방도정업자 서모씨 에게 팔았으며 서씨는 여기에 물을 부은 뒤 한번 더 도정, 일반 미처럼 둔갑시켜 서울에 다시 판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개봉 4직매소등 10개소의 경우는 판매소 정부미 중 일부의 포장을 바꿔 일반미로 속여 팔아 9백여 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도 드러났다.
쌀의 경우 정부미는 80㎏들이 가마당 가격이 상품 4만1천6백원, 중품이 3만8천8백80원이나 일반 미의 시중 가격은 중품기준 5만6천∼5만7천원 내지 6만원에 달해 가마당 1만5천∼2만여원의 차가 난다. 보리쌀의 경우도 정부 방출 가는 76·5㎏들이 가마당 1만5천1백40원이나 시중 보리쌀 값은 2만원 정도로 약 5천원의 차이가 난다고 농수산부는 이번 단속에서 쌀 소매상들이 소비자들에게만 직접 판매하라고 내준 정부미를 쌀 중개상들에게 웃돈을 받고 판매한 사실을 밝혀내고 이같은 행위로 인해 정부미가 일반미로 둔갑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 결과 농민들이 겨울 양식 준비를 위해 서울에서 정부미를 사들여 비축하고 있는 현상이 일고 있음도 밝혀냈다.
이러한 양곡상 들의 농간 때문에 서울시내 싸전에서는 정부미가 이상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경우도 있다.
농수산부 당국은 요즘 서울 지역에 하루 평균 3만6천 가마씩 방출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판매소에서는 2∼3일에 3∼4가마씩 배당돼 절대량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도 상당량이 서울이외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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