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화합의 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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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61회 전국체육대회가 8일 유서깊은 문화도시 전주에서 11개 시도선수단과 5개 해외동포팀 등 1만3천여명의 선수가 참가한가운데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6일 동안의 열전에 들어갔다.
『새 시대, 새 의지, 새 체전』이란「슬로건」이 말해주듯 이번 대회는 새 시대가 개막된 후 처음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다른 해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하겠다.
우리가 해마다 한 차례씩 자리를 같이하여 그 동안 쌓은 힘과 기와 슬기를 겨루는 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체력을 기르고 희망과 진취의 기상을 진작시키는데 있지만 국민들의 일체감을 고취, 국민화합을 다짐하고 지역간의 균형된 발전을 기약하자는 데도 그에 못지 않은 뜻이 있다.
지난해「10·26사태」후의 혼란과 분열을 체험하고 새로운 정치질서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국민들의 일치된 힘과 화합정신의 발연이 강조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세계를 향해 활동무대를 개척하고 국제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않되는 우리의 처지에서 국력을 상징하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절실한 과제가운데 하나가 아닐 수 없다.
국운이 융성하고 전향적으로 뻗어나갈 때, 그리고 국민들의 진취적기상과 단합된 정신력이 뒷받침 될 때 국민들의 전반적 체력은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전국체전을 한낱 연례적인 행사가 아니라 국가발전의 내일을 상징하는 지표로서 그 의미를 중히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참가자들은 내 고장의 명예라든지「팀」의 성적과 같은 소승적인 승리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체력을 총체적으로 향상시킨다는 보다 격조 높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스포츠」정신이란 협동의 정신이며, 준법의 정신이다. 「페어·플레이」야말로 「스포츠」본연의 정신인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자, 정당한 방법으로 규칙을 지켜 싸우는 자에게 돌아가는 승리만이 값진 것이며, 부정이나 불법을 저질러서 얻는 승리란 기실 치욕이나 다름없는 것임을 이런 행사를 통해 다같이 명심하는 것도 뜻 있는 일로 생각된다. 모든 대회참가자들에게 비록 지는 한이 있더라도 규칙을 지키고 협동의 미덕을 발의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63년의 제44회 대회에 이어 17년만에 체전을 개최하는 전주시는 대회준비를 위해 약7백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시가의 변모를 일신했다고 한다. 또 체전과 때를 맞추어 각종 문화행사를 잇달아 열어 전북의 새「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주는 전통문화가 비교적 고스란히 보존된 고장이다. 전주비빔밥 등 고유의 음식 맛도 그렇지만 이 고장의 흐뭇한 인심은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제44회 대회 때 처음으로 민박을 시도, 인정에 넘치는 도시로 각광을 받았던 전주는 이번에도 인정체전의 재현을 위해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전주·군산·이리 등 경기가 열리는 전북도민들의 이러한 정성들이 시대적 요청이기도한 국민화합의 밑거름이 되어 우리 민족의「에너지」를 집약하는 광장으로서 이번 전주체전을 더욱 모범적이고 알차게 이끌어 주기를 모든 관계자들에게 바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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