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버리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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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름다운 도시, 예술의「파리」라지만「파리」처럼 지저분한 도시도 드물다.
먹다 만 사과를 길거리에 버린다. 담배꽁초를 보도 위에 던진다. 개가 함부로 뒤를 본다.
이건「파리」의 예부터의 버릇이다. 그래서「파리」의 아가씨들의 몸매가 경쾌한 것도 이런 오물·오수를 건너뛰어 다녀 버릇한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가장 깨끗한 도시라면「싱가포르」를 친다. 「가든·시티」(정원도시)로 뽐낼 만큼 티 하나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담배꽁초하나 잘못 버려도 최고 5백「달러」, 최저인「달러」의 벌금을 물게된다.「싱가포르」에는 아예 쓰레기통보다도 벌금에 관한 공시 판이 더 많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파리」에는 쓰레기를 잘못 버린다고 벌금을 문다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파리」도 교외에 나가면 휴지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다.「파리」시내에서는 하루에 두 번씩 물로 보도를 쓸어 내리게 되어있다. 또 수시로 청소부아저씨들이 거리를 쓴다.
버리기가 무섭게 쓸고. 쓸기가 무섭게 버리고….꼭 숨바꼭질과도 같다. 그러니까 줍는 사람(청소부)이 없는 시골이나 산 속이 오히려 깨끗할 수밖에 없다고 어느「프랑스」인이 익살부린 적이 있다.
모든 게 버릇이다. 그리고 마음가짐이다. 「파리지앵」인들이 벌금이 없다해서 마구 버리는 게 아니다. 벌금이 무서워서 서독사람들이 도시안팎을 깨끗이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캐나다」의 고속도로를 달리면 으레 보는·진기한 표시 판이 있다. 『ORBIT 10초』.
고속도로변에 있는 쓰레기통은 꼭 인공위성처럼 생겼다. 그래서 쓰레기통을「오비트」(궤도)라 한다.
이게 10초만 더 달리면 있다는 뜻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얘기도 된다.
「캐나다」도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그건 이처럼 고속도로변에 까지 쓰레기통이 있기도 하지만 시민의 의식도 안 버리기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같은 쓰레기 중에서도 제일 고약한 게 빈깡통과 유리병조각이다. 물가에 이런 게 있으면 큰 일이다.
그래서「하와이」에서는 이런걸 버린 사람에게 하루동안 쓰레기 줍는 체형을 주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국립공원이나 유명관광지를 보면 으레 취사장이 따로 있고, 그런 자리마다 쓰레기통이 놓여있다.
요새 자연보호「캠페인」이 한창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람이「캠페인」기간동안 쓰레기를 줍는다고 자연이 아름답게 보호되는 건 아니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건 줍는 마음보다 함부로 안 버리는 훈련이며 마음씨다. 이게 우리네 몸에 밸 때 비로소 자연도 절로 아름답게 가꿔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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