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의 관전평] 골 결정력·체력에 허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패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전반에 얻은 두 차례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해 경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후반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전술적인 틀인 포메이션에 큰 혼란이 와 경기흐름을 일본에 빼앗겼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선수 교체에서 드러난 문제점이었다. 경기가 팽팽하고 심적 부담감이 고조되는 후반 중반 이후 비교적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교체 투입함으로써 경기흐름을 곧추세우지 못하고 오히려 자책골 성격이 짙은 결승골을 내줬다.

일본은 전반 초반 강한 압박을 수반한 적극적인 공격으로 재미를 봤다. 이는 전날 지코가 공언했던 대로 역습이 아닌 맞불작전이었고, 여기에 한국팀이 흔들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다행히 전반 23분 이천수의 골대를 때리는 슈팅을 기점으로 경기 주도권을 확보했지만 이후 몇 차례 공격기회를 골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웠다.

이번 경기를 통해 코엘류가 선보인 전술적 색깔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확인됐다.

첫째는 원 스트라이커를 가동하면서도 선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과 3선이 아닌 4선(4-2-3-1)을 가동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체력 부담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축구 전술의 핵심이라고 볼 때 전술적인 틀을 먼저 세워놓고 거기에 끼워맞추는 코엘류의 작전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는 코엘류가 심각히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일본전 패배라는 결과에 과도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일본전을 통해 코엘류의 색깔과 장점, 또 문제점을 확인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본다. 앞서 지적한 문제점은 과거 히딩크 감독이 초기에 범했던 시행착오와도 유사하다.

이런 우문(愚問)으로 문제 제기를 해본다. 옷에 몸을 맞출 것인가, 몸에 옷을 맞출 것인가. 여기에 대한 답은 코엘류 자신이 해야 한다.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술임을 코엘류가 명심했으면 한다.

팬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한.일전 결과만으로 코엘류를 흔들어대거나 지도력을 폄하해선 안된다. 코엘류는 단 두 경기를 치렀을 뿐이며 훈련한 기간도 매우 짧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 상큼하게 출발하는 것도 좋지만 패배를 거울삼아 더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축구에는 약이 될 것이다.

SBS 축구 해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