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먹물을 머금은 듯 검은 운봉들…이끼낀 기암 사이로 굽이치는 물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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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온통 먹물을 머금은 듯한 흑산. 동에서 서로, 북에서 남으로 능선들이 치닫는다. 그 능선위로 기암괴석이 숨가쁘게 뛰어오르다가 곤두박질하면서 한가로운 구름과 조화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아늑하게 둘러친 병풍처럼 보이다가 가까이 갈수록 산세가 준엄하다. 영산 강하구 평야를 걷어차 듯 솟구쳐 톱날같이 늘어선 연봉들이 영기마저 내뿜는다.
『월출산 구정 봉이 창검을 들고/허공을 찌를 듯이 늘어섰는데/천지도 움직인다 어인 일인고/아닌가 다를세라 달이 오르네』 <노산 이은상>동천에 달이 올라 달빛을 펼칠 때 맨 먼저 여기를 비친다해서 월출산이다.
○…바위산 산길엔 어귀부터 정기가 베었다. 골짜기니 양쪽이 암벽으로 대치하여 그 사이를 굽이치는 물소리가 시원하다.
산나리 원추리가 수줍게 피어있는 관목 숲도 잠깐. 금방 눈앞에 이끼낀 암벽이 깎아지른 듯이 다가선다. 그 옆을 끼고 돌아 숨가쁘게 오르면 낭떠러지가 발 밑에 떨어진다. 반대쪽 산봉우리로 구름다리가 걸렸다. 안내문에는 길이 51m 폭 60cm,지상높이가 1백2Om.
○…그 아래 면사포를 드리운 것 같이 펼쳐진 폭포를 지나 돌길을 오르면 이윽고 승천하듯 솟아오른 월출산 제1봉 천황 봉이다.
물살처럼 빠르게 발 밑을 스치고 지나는 구름사이로 천지개벽의 창세감을 자아내는 암벽과 절벽이 무너져 내린다.
동남방에 사자 봉과 기봉, 서쪽에 구정 봉을 거느리고 북쪽으로는 영산강의 양복곡류를, 서남 방엔 목포 앞 바다를 내려다본다.

<전남 영암군 소재·광주 또는 목포에서 약1시간 소요. 높이 8백9m. 도립공원지정. 도 갑사해탈문, 마여내소불 등 국보 2점이 있다.>
사진 이창성
글 한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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