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 자본 미에「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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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선진국들의 대외 직접 투자 세력 판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최대 자본 수출국인 미국의 대외투자가 주춤한 반면 구주·일본의 신장이 두드러지고, 그것도 대미 진출이「러시」를 이루고 있다.
60년대를 미국기업의 구주진출, 70년대를 미·일·구주의 상호 교류 시대라 한다면 80년대는 구·일자본의 대미 진출 시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한 세계 각 국의 대외 투자 잔고는 약4천억「달러」(도이치은행 추계).
71년의 1천5백84만「달러」(UN집계)에 비해 10년 간 약 2.7배가 늘어났다.
이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년대 초의 2.5%에서 78년에는 7%로, 서독은 4.5%에서7%로 괄목할 신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자본수출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변함없으나 전체 대외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50%에서 42%로 크게 떨어졌다.
78년 미국의 해외 투자 잔고는 1천6백81억「달러」로 전년비 12.2%증가한데 반해 서독은 27.6%, 일본은 20.7%증가를 보여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독·일본은 그 창끝을 미국시장으로 돌리고 있다.
미상무성 조사에 따르면 78년 미국내의 외국투자액잔고는 사상처음 4백억「달러」를 돌파, 4백8억「달러」를 기록했으며 그중 서독은 전년보다 26%, 일본은 무려53%의 신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서독의「폴크스바겐」은 두개째의 자동차공장을「미시간」에 건설중이고 일본도「혼다」기연에 이어「도요따」가「포드」와 합작승용차 공장을 추진 중. 일「산토리」는 1억「달러」를 들여「펩시·콜라」의 대 거래선인「보플러」회사를 인수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의「그랜드·메트러폴리턴」이나「임페리얼·그룹」은 미국의 담배회사와「레스토랑·체인」인「하워드·존슨」사를 인수했고「프랑스」도「보르도」포도주회사가「캘리포니아」에 상륙하는 등 바야흐로 대미진출「붐」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대미투자「러시」의 배경에는 최근「달러」의 안정경향과 미국의 임금「코스트」가 싸다는 점, 그리고 구주의 노동 운동 강화로 사회주의화의 우려가 팽배하고 있는 것 등이 꼽히지만 무엇보다 미국은 활기에 넘친 나라로서 안전한 시장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주·일본 자본의 진출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미국 내에서는 자국의 이익보호라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일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부동산 소유 규제 움직임까지 나오고있다.
또「프랑스」등 일부 진출 국에서는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가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때 구주·일본에 자본 진출·기술 지도를 했던 미국이 일부 업종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만큼 신흥 실력자들의 진출을 막을 길은 없는 것 같다.<일본경제=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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