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 남아돈다"지만 안심은 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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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적으로 석유가 남아돌고 있다.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미국·일본 등이 1백일 이상의 비축을 끝내고 강력한 석유절약시책을 펴 수요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가 남아돌아도 문제가 생긴다. 지금까지 가장 싼값을 받아온 최대수출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의 원유공급과잉을 이유로 자국원유 값을 인상하고 생산량도 현재의 하루9백50만「배럴」에서 8백50만「배럴」로 감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전문가들은 지금까지「알제」OPEC총회결정가격을 따르지 않겠다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늦어도 11월에는 「배럴」당32「달러」선으로 올릴 것이 틀림없다고 점치고있다.,
이렇게 되면 금년 말에는 다시 현재의 공급과잉이 공급부족으로 돌아 수급균형이 깨지고 원유 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있다.
석유가 남아들자 세계 제2의 석유소비국인 일본의 경우 최근 심한 석유제품투매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탱크」가 꽉차 더 이상 저장할 수 없게된 석유회사가 싼값에 기름을 내놓고있어 「후꾸오까」나 「나고야」주유소에서는 1ℓ에 1백50「엔」하는 휘발유를13「엔」정도 싸게 파는 곳이 나타났다.
일본의 전력업체는 4∼6월사이에. 지난해보다 45%정도 수요를 줄였고 철강업체는 35·5%줄였다. 올 하반기 전체로 봐 지난해보다 5∼10%정도 소비가 줄 것으로 보고있어 관계자들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르 진단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당초금년도 원유소비량을 2억1천7백14만「배럴」로 잡았으나 4∼6월의 소비량이 크게 줄어 2억2백50만「배럴」로 6·7% 줄여 잡았다.
그러나 최근의 하루 원유소비량이 작년수준에 머물러 정유회사마다 재고가 쌓여 고민하고 있다. 가장 주종을 이루는「범커」C의 경우 재고가 4백여만「배럴」로 20여일분이나 돤다. 그런데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가로 원유을 확보했고 UAE와 「베네쉘라」와의 원유교섭이 순조로와 역시 공급과잉을 빚고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러한 세계적인 석유공급과잉현상을 그대로 두고 보지만은 않으리라는 데 있다.
「이란」이 지금까지 원유생산량을 2백만「배럴」줄였고 「쿠웨이트」「리비아」등이 감산해 현재의 OPEC원유생산량은 2천7백80만「배럴」수준이다. 이것이 올 여름 최하2천7백만「배럴」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런데도 소비국의 수요감소로 하루 2백만「배럴」정도 남아도는 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7∼9월에는 별다른 인상움직임을 보이지 않겠지만 11월에 가서는 인상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석유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의 공급과잉을 이유로 1백만「배럴」의 감산을 결정할 공산이 커졌으며 만일 이대로 된다면 올 연말에는 석유수급 「밸런스」가 깨지고 석유소비국들은 물량부족과 고유가의 악령에 다시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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