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 무모한 힘의 복싱 구사|도망만 다닌 도전자 못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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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태식의 1차 방어전은 화려한 KO승의 기대는 나오지 않았지만 「프로·복싱」의 진수는 반드시 KO가 아니더라도 충족될 수 있다는 일전이었다.
힘의 「복싱」을 보여준 김태식은 그런 대로 「챔피언」으로서 뭔가 보여준 최선의 경기였다.
김태식은 4회에「버팅」으로 왼쪽 위 어금니 뼈를 크게 다쳤으면서도 15회까지를 처음으로 끝까지 싸운 끈질긴 정신면은 「챔피언」으로서 상찬하기에 충분하다.
김은 경기가 끝난 직후 「세브란스」병원에서 3시간 반에 걸쳐 응급수술을 받았는데 상처가 아무는 데만 6주가 걸린다는 진단이 나와 2차 방어전에 차질이 왔다.
김은 2차 방어전을 의무방어로 90일 이내에 「로스앤젤레스」에서 남아연방의 「마티불러」와 대결토록 돼있었다.
○…김태식과 「아로살」의 대전은 힘과 슬기의 대결이었다. 무모할 정도로 시종 몰아치는 김태식과 파도와 같이 밀려드는 힘을 교묘히 피해나간 「아로살」. 마치 우둔한 황소와 간교한 여우가 맞선 것 같다.
김태식은 시종 박진감 있는 「복싱」은 보였으나 너무나 세기가 부족한데다 작전부재라는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
김은 저돌적인 「대시」와 「해머」와 같은 「훅」을 터뜨리는 것을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다. 그렇지만 「마라톤」과 같은 15「라운드」를 뛰는데 있어 무모할 정도로 강공 일변도로 일관, 공격에 「리듬」이 없었다. 『궁색한 쥐도 한번에 잡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김이 체력과 정신력이 조금만 미흡했더라도 이날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으리라는 중론이었다.
○…홍수환과 「사모라」 대전을 주최한 미국의 세계적인 「프로모터」인 「돈·프레이저」는 『「플라이」급 선수로 저렇게 힘이 좋은 선수도 처음 보았고 또 저렇게 세기가 없는 선수도 처음 본다』고 촌평. 김은 1차 방어전을 통해 「화끈한 것」 외에 세기보완이란 시급한 과제가 남게됐다.
○…이날 회수를 알리는 「라운드·걸」이 인기를 끌었는데. 「미스」 서울이며 CF 「모델」이기도 한 유로미양(본명 이채리)은 매 「라운드」 옷을 바꿔입고 나와 회수표지를 들고 「디스코」를 추어 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는 김태식 선수가 속한 원진 「프로모션」이 외국서 하고있는 것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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