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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티컬·코럽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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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부패를 영어로는 「커럽션」(Corruption) 이라고 한다. 역시 『썩는다』는 뜻이다. 도덕적으로 타락된 모습을 하필 『썩는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부패는 곧 분해를 뜻한다. 유기체의 세포와 기능이 온통 해체되는 변질과정인 것이다. 부패가 심한·사회현상으로 만연되면, 그 결과도 마찬가지다.
영국사학자 「A·J·모인비」는 이미 멸망한 20개의 문명사회를 분석한 일이 있었다. 이 가운데 15개의 「모델」이, 외침보다는 권력의 부패에 의한 붕괴였다.
「로마」제국, 한제국, 「미느스」문명, 「수메르니, 몽고, 「마야」, 덕천가강, 중세의 종교 등이 대체로 그런 해체과정을 밟았다.
이른바 권력형부패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그야말로 역사는 교훈 하는 것이다.
부패의 역사는 길다. 고대 「바빌로니아」「이집트」「히브리」사회에도 벌써 관사의 매수와 갑은 부패가 있었다. 중세의 교회에선 l「듀카」의 금전을 바치면 4촌간에도 결혼을 허가해 주었다. 그때 이런 풍자도 있었다고 한다. 『4촌보다 더 가까운 숙질간의 결혼은 얼마를 더 주어야할까』 하고 -. 물론 이런 「부패」들은 이젠 역사의 재가 되고 말았다.
지난1973년10월 미국의 부통령 「스피로·애그뉴」는 수뢰혐의로 돌연 사직하고 말았다. 문제의 수뢰액수는 합계 2만5천「달러」. 우리 돈으로 1천5백만원 정도.
이 액수는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애그뉴」부통령은 하룻저녁에 그것을 전부 받은 것은 아니다. 몇년에 걸쳐 나누어 받은 뇌물의 합산이었다. 가령 「볼티모」군수시절 월1천「달러」씩 몇 차례 받은 경우 등.
감각의 차이를 생각해 본다. 우리의 권력형 부패와는 우선 규모와 질이 다르다. 우리 눈엔 애교같이 보이는 일도 그 사회에선 부통령의 관직을 박탈할 범죄이며 도덕적인 타락인 것이다.
한때 우리사회에 「급행료」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창구관리에게 봉투를 건네주면 서류가 급행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바로 서양에서도 「스피드·머니」라는 속어가 있다. 인도관청의 부패에서 비롯된 말 같은데, 아뭏든 동서의 「센스」는 우연치곤 너무 비슷해 고소를 짓게된다.
하지만 이 「스피드·머니」는 시냇가의 「송사리」들이 뒤쫓는 먹이 정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문제는 대해의 「고래」와 같은 부패, 이른바 권력형 부패이다.
권력형 부패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선 아마 초70대 초부터 쓰인 것 같다. 중앙일보의 일선 기자들이 그 무렵 부패의 세계적인 현상을 「연구」했었다. 권력형· 행정형의 부패를 사회학·사회심리학의 입장에서 분석한 것이다. 이때 「폴리터컬·커럽션」을 권력형 부패라고 번역했었다. 바로 그것이 오늘에야 문제가 되었다. 꽤나 시간이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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