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이 영양실조에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토양이 영양실조로 병들어 가고 있다.
쌀·보리 등 곡물은 물론 야채·과실이나 산림자원을 키워내는 것은 토양이다.
우리 생존의 기반이 되는 자원은 결국 토양으로 귀착된다.
흙이 식물을 키워낼 수 있는 것은 흙이 영양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흙이 영양실조에 걸렸다면 토양의 생산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전체 농업·임업 생산에 위협을 주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최근 농수산부고시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양의 양분 보존능력 (CEC)은 적정수준 15단위에 훨씬 못 미치는 11단위에 머무르고 있다.
토양의 영양소라 할 유기물 함량은 2·3%로 일본의 5·7%에 비해 4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나마 화학비료의 과신으로 토양의 산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지금과 같은 화학비료의 과신으로 산성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지금과 같은 화학비료 일변도의 영농을 계속하는 경우 우리의 농토는 멀지않아 완전히 황폐할 것이란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수년간 쌀 생산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은 신품종 벼 재배면적 감소보다 화학비료의 과용 등 지력증진을 무시한 다수확 일변도의 증산시책이 빚은 결과가 아니냐고 보는 의견도 있다.
지력을 사람의 체력에 비유한다면 화학비료만 주는 토지는 음식을 먹지 않고 「캠퍼」 주사로 버티는 사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캠퍼」주사만으로 중노동을 한다면 그 사람의 기본체력마저 잃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농수산부는 뒤늦게나마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대대적인 퇴비증산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7월부터 9월까지를 풀베기 기간으로 설정하고 모내기·보리 베기가 끝난 농촌의 일손을 퇴비증산으로 돌리도록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