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 소시민엔 "강 건너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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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부분의 평범한 소련 시민들에게는「아프가니스탄」전쟁은 먼 서남아 한 귀퉁이에서 진행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아프가니스탄」사태는 소련 관영 보도기관에 의해 이따금 보도되거나 서방 「라디오」방송에 의해 일부 소련 시민들에게 전할뿐이다.
서방 분석가들은 소련 당국의 강력한 언론 통제와 시민들의 복종 때문에 소련이 8만 대군과 항공기「탱크」등 중무기를 은밀히 외국에 파견할 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미국무성 통계에 의하면 소련이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이 개입 이후 입은 인명 손실은 8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으나 매년 수백 명의 국가유공자들에게 수여해 온 훈장을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가자들에게는 하나도 공개 수여한 것이 없다.
소련 신문들은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개입이『제한된 군대 파견』 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련군 병사들이 「아프가니스탄」 촌락을 지원하고 시골 학생들을 위해 교과서를 공륜 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을 위한 질병 치료에 나서는 등 선행을 하고 있다고 극구 선전하고 있으나 군사 동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간혹 시민들이 소련군의 「아프가니스탄」활동을 질문할 경우 당국은 회교 반도와 싸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군을 돕고 있다고 모호한 설명을 해댈 뿐이다.
소련 측 설명으로는 소련 적군은 「아프가니스탄」을 보호하려는데 비해「아프가니스탄」 에 내정 간섭을 자행하는 것은 오히려 서방측이라는 것이다.
많은 소련 시민들은 이 같은 소련의 공식 주장과 서방측의 대소 비난의 틈바구니 속에서 진상이 무엇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한 소련 학생은 서방 기자에게 『너무 먼 나라 이야기라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말하고 있다.
사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직한 소련 외교관들조차 사석에서 말하기를 꺼리면서 『보도를 보면 사태가 어렵게 되는 것 같으나 결과를 기다려 볼 수밖에 없다』 고 말할 뿐이다.
모든 군사 행동이 극비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련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흔적을 찾기는 힘들다.
중앙 「아시아」의 「타슈켄트」를 방문한 서방 여행자들은 「아프가니스탄」전투에서 돌아온 전투복 차림의 피곤한 병사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철도역에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군 병원 밖에는 부상병들이 눈에 띌 뿐이다.
신문들은 이 들 병사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시민들은 적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얼마나 투입되었는지 사상자가 몇인지 알 길이 없다.
반체제 인사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사망한 병사들의 부모가 정부에 항의했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련 보도기관들은 「아프가니스탄」이 전쟁을 묵살하면서도 「가터」 미 대통령의 「올림픽」 거부 운동 등 대소 응징을 대대적으로 비판 보도하면서 미국이 동서 「데탕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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