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의 유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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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가를 「배럴」당 2「달러」씩 4월1일부터 소급해서 인상하자 「알제리」·「리비아」·「인도네시아」가 곧 뒤따랐고, 온건파인 「아랍」토후국연방과 「쿠웨이트」가 5월1일자로 역시 소급해서 원유가를 올려 세계는 또 한번의 소폭적인 석유가격파동에 마닥뜨리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종래 원유공시가의 기준이 되던 「아라비안라이트」의 값을 「배럴」당 26「달러」에서 28「달러」로 올림으로써 원유가는 최고 35「달러」에서 28「달러」까지 여전히 복수격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갑자기 원유가를 올린데 대해 서방관계기관들은 유가단일화를 실현키 위해 고가원유에 자국산 원유가를 접근시키려 시도했다는 관측과 다른 산유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으로 원유를 파는데 대한 불만이 고조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OPEC (세계석유수출국기구) 13개국은 원유의 생산·판매정책에 있어 강·온·중도파로 갈라져 있다는 것으로 서방관계기관은 분류하고 있다.
온건파는 「사우디아라비아」,「아랍」토후국연방,「카타르」,「베네셸라」 등 4개국이며 강경파는 「이란」,「나이지리아」,「리비아」,「알제리」,인니 등 5개국이고 중문파는 「에콰도르」,「가봉」,「쿠웨이트」,「이라크」 등 4개국이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온건 및 중간파는 작년이후 단일원유가가 무너지자 이를 원상으로 되돌리도록 외교적 절충을 벌여왔다.
그러나 작년12월「카라카스」OPEC총회는 유가단일화에 실패했고 지난 5월초에 열린 「타이프」(사우디아라비아)총회도 계속 유가조정에 실패함으로써 이제는 OPEC의 변질을 확인하게 되었다.
즉 OPEC는 작년까지의 가격「카르텔」에서 이제는 생산「카르텔」로 변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OPEC내의 최대산유국인「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단일화를 겨냥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국만이 손해를 볼 수 없다는 태도로 나온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가인상에 뒤이어 기타 산유국도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추세인지도 모른다.
산유국이 원유가를 일제히 인상하는 배경으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석유수요의 감소가 장기화되리라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이론적으로는 수요가 감퇴하면 가격을 인하 내지는 동결해야 한다. 또 감산으로 대처해야 하며 OPEC가 생산「카르텔」로 변질되는 것도 그러한 생산조절기능을 중시함으로써 결과된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원유의 생산체제상 감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므로 생산제한으로 수요감퇴에 대응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반면에 석유수요가 감퇴하고 있다고 해도 세계의「에너지」소비구조에 비추어 석유소비를 절대적으로 축소하기는 어렵다. 물론 현재 세계석유수급사정은 주요선진국이 1백일분의 비축량을 확보하고 있을 만큼 핍박한 상태에 있지는 않다. 또 세계경기침체가 단시일에 회복될 전망이 전혀 서 있지 않으므로 석유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당분간 기대할 수가 없다.
OPEC는 이러한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하여 소요외자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으로 가격인상이라는 전래의 방법을 쓴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서방석유수입국가에의 영향을 논의하는 모임을 22일 「파리」에서 갖는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어떠한 결정이 이루어질지 예측하기 곤란하나, 소비국들의 단결된 힘으로 0PEC에 압력을 넣자는 방안이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장기화 하고있는 현상에 비추어 소비국들이 석유수입 및 소비의 억제 등으로 대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오늘의 세계석유사태는 산유국과 소비국의 끈질긴 참아내기「게임」이 연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국이 얼마나 현명하게 곤경을 견디어 내는가에 따라 앞으로 세계석유사태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므로 우리로서도 사태진전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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