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파, 유병언 사망 사실상 인정

중앙일보

입력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사실상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사망을 인정했다.

 구원파 조계웅 전 대변인은 지난 26일 구원파 하기 수양회 공개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원래 계획은 수양회를 공개하려고 했으나 유 회장님 관련 슬픈 소식에 많은 분들이 맘 아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구원파 집행부도 유 회장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대변인은 전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 회장 사망에 대한 국과수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도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구원파는 최근 경기도 안성시 금수원 출입문 왼쪽에 걸려 있던 현수막 5개를 철거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하면 5억 원 주겠다’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세월호 진상규명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검찰 발표 세월호 침몰 원인 믿어도 됩니까’ 등이 적힌 2개는 남겨뒀다.

 구원파는 유 회장 사망이나 대균씨 체포 소식과 상관없이 수양회에 전념하는 듯한 분위기다. 하기 수양회가 이틀째 열리고 있는 27일 금수원에는 전국에서 신도들이 모여들었다. 38번 국도에서 금수원으로 이어지는 길목 70여 m를 따라 ‘안전제일 하기 수양회’라고 적힌 노란 안전펜스가 설치됐다. 금수원 출입문에는 신도 10여 명이 진입 차량을 꼼꼼히 체크했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걸어 들어가는 신도도 있었다.

구원파는 유 회장 사망 관련 공식 입장 발표나 장례 논의는 수양회 기간에 계획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신도는 “수양회는 가장 큰 연례행사”라며 “신도들 사이에 수양회 관련 내용 말고 다른 말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양회는 다음달 1일까지 열린다. 전국에서 신도 8000여 명이 모여 유 회장의 강연 내용을 듣고 성경 공부를 한다. 대부분의 신도가 금수원 내 대강당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안성=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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