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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은 사회발전의 기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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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년만의 「마이너스」 성장은 경제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비록 예견되고 불가피한 귀결이라 해도 경기의 실상이 예상외로 저조하다는 점을 경제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관청 「이코너미스트」 들은 지난해 상반기의 경기가 이례적인 호황이었고 그 동안 두 차례의 국내유가대폭인상이 겹친 점과 1·12조치의 경제적 파급을 고려, 당초부터 1·4분기의「마이너스」성장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한바 있다.
주요연구기관들의 경제예측은 상반기 중 「제로」 성장 내지 「마이너스」성장이 불가피하고 1·12쇼크의 흡수가 마무리지어질 하반기에야 6%정도의 실질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물론 하반기 6% 성장의 전제는 올해 총량경제계획에서 도입유가가 「배럴」 당 30 「달러」 수준을 넘지 않고 수출이 환율인상의 효과에 힘입어 순조롭게 목표를 달성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경우 연간성장률은 3∼5%선을 달성할 수 있고, 실업률은 5· 3%로 실업을 80만명 이내에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GNP의 5%를 원유도입대전으로 해외에 추가지불 해야하는 처지에서 차관원리금 상환까지 이 기간 중 급증, 자원의 해외유출 이 크게 늘어난 것이「마이너스」성장의 주인을 이루고 있다. 1·4분기의 국내총생산이 비록 미미하나마 실질증가를 기록한 것은 이런 사정을 설명해 준다.
1·4분기「마이너스」성장을 설명하는 자료는 이밖에도 많다. 계절요인까지 겹쳐 이 기간 중 국내동정투자와 총투자율이 모두 급감하고 정부·민간의 소비수준이 급격히 하락, 전년동기에 11·7%에 달했던 총소비 증가율이 1·2%증가로 거의 정체되었다. 소비정체는 작년 2·4분기 이후의 강력한 긴축정책과 경기후퇴, 재정절제의 결과로 풀이될 수 있으나 민간실비투자의 정체는 순경제 요인으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10·26이후의 일련의 정치불안정과 1·4분기후반의 사회불안이 전반적인 투자「마인드」를 위축시키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불황이라는 심리적 불안이 클수록 이에 비례해서 투자「마인드」도 위축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이 기간 중 정부건설·민간기계설비·주택건설 등의 고정투자가 모두 줄었는데 이는 78년 동기의 58·1%, 지난해 동기의 21·2% 증가에 비하면 너무나 현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고성장· 고투자의 관행에 젖어온 경제활동이 이처럼 급격히 냉각된 근인 을 분석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례적이며 급격한 경기·투자·소비의 과도한 심강이 경제의 안정성 연속성을 해칠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염원인 정치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음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당면한 경제과제는 정치국면의 타개와 함께 한껏 위축된 내외의 투자분위기를 어떻게 회복시키고 신뢰감을 되찾는가에 달려 있다. 이는 경제정책의 차원을 넘어선다. 경제는 흐름이며 그 흐름의 굽이를 소용돌이치지 않게 하는 것은 위기 관리적 과도정부의 최대과제의 하나다.
나라안팎의 투자와 자원이동이 최소의「리스크」로 안정과 신뢰 속에 이루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경기의 순리적 회복이 가능할 뿐 아니라 더 큰 어려움이 닥쳐오더라도 그것을 완충해낼 여력을 유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국의 향배에 대한 확고한 사회적 공감이 형성 발전되어야 할 것이고, 대외적으로도 한국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변함 없는 협력대상임을 확인시키는 노력이 긴요하다. 경제안정의 회복을 위한 이 같은 정지작업과 함께 당면한 실업증가, 소득저하, 물가상승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단기대책도 다각도로 검토되어야 한다. 다만 이런 단기대응책은 1차석유파동이후의 전면적인 「리플레이션」 정책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경기 자극적 확대정책의 단기효과는 부인할 수 없으나 지금은 누적되어온 총수요압력과 해외 「인플레」 요인을 복합적으로 안고있는 시점이므로 전면적인 경기 회복 책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일시적 고용, 생산유발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작년이래 그 나름으로 꾸준히 지속되어온 긴축의 열매를 채 익기도 전에 부식시킬 뿐 또 다른 「인플레」 의 부담률 내후년으로 떠넘길 따름이다. 그것은 문제의 호도이며 이연이다.
다만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급격히 늘어난 실업은 현 시국의 중대성에 비추어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고용이 불안하고 노사분규가 확대될 경우 민간의 경기회복 여력을 잠식하고 하반기 경기를 이끌어야할 수출조차 중대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당면한 실업문제나 영세기업의 도산·휴 폐업은 재정의 기능을 활용하여 정부가 업계와 힘을 합해 적극 대응해 가야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경제 안정 없는 정치발전은 불가능하다. 경제안정은 정치의 안정을 지탱하고 보장하는 보이지 않는 지주임을 모두가 절실히 인식할 때다. 1·4분기「마이너스」성장의 충격과 교훈은 실물의 감속에 있지 않고 그런 감속의 바탕이 되는 경제적 신뢰와 안정감의 결여에서 찾아져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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