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도 에서 탈피한 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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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종래 문공부주관아래 베풀어지던 국전의 문예진흥원 이관 이후 그 첫 전람회가 지난2일부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이는 국전30연사에 획기적인 일로서 일제하에서 시작된 선전부터 계산한다면 무려 60년간이나 지속돼온 관전이 이제 새 시대에 부응하는 민간주도형태로 탈바꿈하게 됐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 봄 국전의 운영과 심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국전이 아직도 문공부의 관주도 영역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하는 한편, 이에 관여한 미술가들 자신들도 능동적인 자세로 구각을 깨끗이 청산하는데 에는 어딘지 주저하는 듯한 느낌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국전의 문예진흥원 이관은 금년 들어 졸지에 시행된 것인 만큼 새 주관기관이 미처 수용태세를 갖출 시간적 여유가 없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실제로 미술계 자체가 뜻하지 않았던 이관 조치에 당황한 것이 사실이며, 급히 소집됐던 초대·추천작가회의의 종결 없는 설왕설래가 그것을 입증하였다.
그럼에도 이번 봄 국전은 몇 가지 개선의 시도를 엿보이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수상인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및 문공장관상 등에서 정부 직제상의 관등명을 삭제하고 최고상에 한하여 「대상」 이란 순수한 명칭을 사용키로 하였다.
상제의 이러한 개칭은 언뜻 하찮은 일인 것도 같지만, 이야말로 오랜 기간에 걸쳐 관습화한 의식구조의 낙후성에서 탈피하려는 커다란 자기 반성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봄 국전은 공예 서예 건축 사진 등의 분야로 구성돼 가을국전 보다 부진한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이번 출품은 작년 보다 43%의 증가를 보여주었고 그에 비례해 종전 보다 많은 작품들이 선에 들어 전시되고 있다. 이러한 증가추세는 국전의 쇄신을 기대하는 층이 다수 참여한 결과라고 풀이함직 하다.
말하자면 그 동안 국전에 대하여 소외감이나 의혹을 가졌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무엇인가 새로운 기대를 갖고 참여의식을 발현할 것이라 평가할 수 있겠다.
근자 우리 나라 미술계에 무엇인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으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음은 부인 할 수 없는 반가운 현상이다.
사회전체 가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갖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것과 때를 같이하여 미술계에서도 역시 구곡 탈피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으며, 특히 월여진 미협이 사진 선거에서 그 진용의 일대 혁신을 성공적으로 성취하였음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이는 바로 낡은 관념에만 사로 잡혀있다고 자만만 하고 있거나 뒷전에 앉아 불만만 털어놓던 구습을 버리고 서로서로 가 미술계의 신풍 을 전취 하기 위해 한발 내딛고 있는 증좌 라고 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전은 오는 가을회기까지는 대체로 현재의 상태를 지속하겠지만 명년부터는 점진적인 변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국전의 답보 내지 위축은 제도의 잘못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도적으로 어떠한 변혁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공평무사하게, 그야말로 한국미술의 발전을 위해 일하지 않는 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국전이 답보상태에서 뒷걸음을 하고 혹은 구시대의 낡은 체제라고 지탄받는 이유는 그것이 종종 소수작가의 전유물인양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으며, 많은 미술인 들이 기성의 권위 속에 안주하려는 작태를 버리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즉 작가들이 국전에 안주 할 때 작품은 안일해지고 제작정신은 자연히 타락하기 마련이다. 국전은 이제 모든 미술인의 공유물이 되고, 현대미술을 발전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위하여 이제 획기적인 새 행동강령과 참신한 지표를 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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