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전쟁 포기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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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국제 정세의 악화와 함께 서방세계에는 1914년과 1980년의 비교론이 대두되면서 전쟁 위기설이 서서히 머리를 들고 있다.
「슈미트」 서독 수상은 최근 선거 유세에 나설 때마다 『현재의 국제 정세는 1914년과 그토록 유사할 수가 없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밀즈·K·칼러」교수는 최근호「프민·어페어즈」계간지에 처음으로 「1914년과 80년의 상황 비교론」에 의한 「전쟁불가피론」을 게재, 관심을 끌고 있다.
1914년과 80년의 비교론은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1914년은「유럽」일원에 전쟁불가피론이 지배한 데다가 「다윈」의 적자생존의 원칙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상황임에 반해 오늘의 세계는 핵공포에 의한 전쟁기피의식이 있다는 게 부정론의 논거다.
서독의 시사 주간지「슈피겔」은 위기론자들의 1914년·1980년 상황 비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강대국 지배 현상=1900년대 초반의 강대국인 영국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국은 서방 신흥 동맹국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편이다.
▲포위 정책에 대한 공포=독일이 3국협상(1914년에 체결된 영·불·러 3국협상)에 대해 공포감을 지녔던 당시의 상황과 현재 소련이 서방 및 중공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 일치된다.
▲국내 정치=붕괴 직전의 「함스부르크」왕조가 무력을 통해 회생하려 했던 것처럼 오늘의 각국은 전쟁을 통해 실업 및 석유 위기를 극복하려 할 수도 있다.
▲경제 문제=당시 독일이 경제적 곤란을 겪었던 것처럼 오늘의 소련 경제도 위기의 상황이다.
▲민족문제=「슬라브」 민족주의가 「함스부르크」 다민족 국가에 반기를 들었던 상황과 오늘의「아랍」및「이슬람」 민족주의가「이스라엘」과 서방기술문명에 도전하는 상황이 일치된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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