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림 수방대책 단비가 "수마"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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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방심과 무방비」가 철이른 수해를 몰고 왔다.
평균강우량 1백㎜내외에 불과한 이번 비는 평소 수방대책이 철저했던 곳에서는 식수철 파 종기에 적절한 단비가 됐으나 수방대책이 허술했던 곳에서는 「때아닌 봄철 수해」를 일으켰다.
더구나 지난해 8월 집중호우때 상처를 입은 전남 화순·순천·승주·광양·광산·보성지방과 경남 마산·진해·진주·진양지방에서 또 다시 물난리를 겪게 돼 『수해는 취약지를 노린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전남>
전남지방에 내린 집중호우(최고강우량 함평 1백86㎜)는 해빙기에 미처 손을 대지못한 도내 4백28개소의 위험시설물을 기습했다.
전남도내 해빙기위험시설물은 가옥 1백4채를 비롯해 축대 39개소, 하천 99개소, 도로 9개소, 교량 27개소, 저수지 69개소, 방조 52개소, 수문 23개소, 기타 6개소등 모두 4백28개소.
전남도는 이들 해빙기 위험시설물 가운데 공동시설물을 포함한 2백10개소에 대해 오는 5월까지 보조2억9천4백만원, 주민자력부담 2억6천만원등 5억5천4백만원을 들여 개·보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현지확인·설계착수등 미처 기본작업도 손대기전에 이번 비에 52개소가 피해를 보았다.
특히 지난해8월 4백㎜ 안팎의 집중호우로 큰 물난리를 겪었던 화순·순천·승주·광양·광산·보성지방은 지난해 상처가 아물기도전에 또다시 할퀴었다.
이번 비로 교량 날개벽이 떨어져나간 화순군 동복천의 동복교는 지난해 집중호우피해를 본 곳으로 보수한지 2개월도 못돼 해빙기로 땅이 갈라지면서 날개벽이 떨어져 나갔다.
또 광산군 대촌면 원산리 영산강상류 제방5개소 4백30m도 해빙기 위험시설물로 지적돼 개·보수공사를 펼 계획이었으나 미처 손을 대기전에 이번 비로 떨어져 나갔다.
원예주산단지인 광산·승주·나주지방은 「비닐·하우스」 5백여채가 초속 14m의 강풍에 망가져 「비닐·하우스」도 영구적인 구축물로 바꾸지 않는한 수해의 악순환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경남>
지난해8월 집중폭우로 모두 14억3천9백80여만원의 큰 피해를 냈던 마산시가 복구한지 몇 개월만에 2백㎜의 비에 또다시 산사태·침수소동을 당했다.
마산시 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집중폭우(당시 강우량4백40㎜)로 2백여 가구가 침수소동을 빚었던 풍덕동 마진 국도변이 이번 비로 또다시 50여가구가 침수됐다.
마산시는 올들어 14억원을 들어 이마을앞 연장 5백m·폭10m도로를 폭35m의 도로로 확장하면서 배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또 침수소동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폭우때 제방2천6백20m·높이2m가 유실, 주변 12가구의 가재도구를 몽땅 쓸어갔던 서원곡유원지입구 교방천도 이번 비에 제방이 약50m나 유실됐다. 주민 윤정옥씨(57)는 마산시가 1억3천여만원을 들여 복구했다던 제방이 1년이 채 못되어 또 무너졌다고 한숨지었다.
또 현동 우산천 역시 지난해 폭우때 제방 6천7백20m가 유실, 1억4백만원을 들여 시가 보수했으나 이번 비로 4백여m가 떠내려갔다.
마산시가 지난해 많은 예산을 들여 복구한 지역들이 또다시 이처럼 피해를 본 것은 부실공사와 늑장공사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방천의 경우 마산시는 상류지역에 3개의 교량을 시공중인데 이공사 때문에 제방을 헐었다가 교방천주변 신축제방이 이번 비로 유실됐다.
또 마산지방을 둘러싸고 있는 무학산과 천계산으로부터 마산항으로 빗물을 유입시키는 교방천 산호천 삼호천 장군천 월영천 회산천등이 지난해 폭우때 중앙재해대책본부의 용역조사에서 하천 폭이 좁은 것(처리능력 2백77㎜)으로 밝혀졌으나 아직 손을 대지 못해 도 유실사고를 입었다.
한편 마산시의 수방예산은 모두 2백64만원으로 가마니 6천6백장, 새끼 3백타래, 갱목 5백개등을 사들여 이미 바닥나 버렸다.
진주시 이현동과 상대동 일대는 작년 수해때 배수시설이 안돼 침수소동을 겪었으나 아무런 대책도 세워두지 않고 방치, 또 피해를 입었다.
진양군 금곡면과 문산면을 지나 남강으로 합류되는 영천강 일대는 상류로부터 밀려온 자갈·흙등으로 강바닥의 높이가 주변농경지 높이에 육박하고 있다.
또 폭 50∼1백m정도의 강폭이 S자형으로 구부러진 곳이 많고 제방마저 허술하여 강주변의 농경지는 약간의 비만 내리면 유실되거나 침수되기 일쑤다.
이강이 남강과 합류되는 금산면 속사리 지점의 강바닥이 남강보다 낮아 영천강물이 남강에 밀려 문산면 삼곡리 진주·마산간 국도를 비롯, 농경지 20㏊가 매년 침수소동을 겪고있다.
진주시와 진양군이 남강과 영천강일대의 자갈·모래채취허가를 해주면서 물의 흐름과 수량을 감안하지 않고 교통이 편리한 시근교지역등에만 집중적으로 해주는 바람에 강바닥의 굴곡이 심해 상류의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당국의 하천관리소홀이 상습수해의 큰 요인이 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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