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간첩잡은 황중해일병과 김범규이병|30m밖 접근 기다려 M-16 불 뿜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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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슴푸레 비치는 강물위로 처음에 한사람이 솟아 올랐을땐 작전훈련중인 우리해병대 장교인줄 알았읍니다.』23일 새벽2시50분 최초로 3인조 북괴무장간첩을 발견, 당황하지 않고 3명을 한꺼번에 사살한 당시의 초소근무병 황중해일병(22·경북영천)과 김범규이병(22·경기성남)은 이날 하오 기자들과 만나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사람이 솟더니 뒤이어 군장을 한 또 한명이 나타났다. 또 한사람. 3사람이 나타날 때부터 두병사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구나』고 생각했다. 괴한들은 개펄을 걸어나오면서 조금 걷다가 주저앉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곧 뭍을 향해 걸어왔다.
1백여m전방 좌측에서 우측으로 옮기며 가까이 왔다. 30여m 거리에 왔을 때 황일병은 김이병을 시켜 소대본부에 상황보고를 했다.
그때 황일병은 이들이 수중으로 침투한 적이란 것을 확신했다. 혼자판단으로 M-16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거의 동시에 상황보고 하러갔던 김이병이 돌아왔다. 김이병이 합세했다. 제방위 초소에서 개펄위의 적을 내려다보며 집중 사격했다. 새벽3시15분. 처음 적을 발견하고부터 25분쯤 지나서였다. 군대생활 11개월인 황일병은 부대 특등사수이기도 했다.
조명탄이 주위를 밝히고 수색소대와 5분 대기조가 투입된 것은 김이병이 소대본부에 신고한지 정확히 5분만인 새벽 3시20분. 황일병과 김이병의 집중사격으로 2명이 사살되고 l명이 우측의 ××초소 전방을 향해 달아나기 시작했다. 2대의 「제논」탐조등으로 적을 쫓았다.
10여분후 도주하던 적은 마지막 발악을 했다. 아군의 집중사격에 응사하면서 물속으로 도주하려했다. 3시35분쯤 반응이 멎고 상황은 끝났다.
공비3명의 시체를 확인, 상황은 상오6시20분 완전히 끝났다.
북으로 임진강과 서쪽에 한강하구를 끼고 시계의 장애물 없이 적과 대치하고 있는 육군○○○○부대는 스스로를 「임진강의결사대」라고 부른다. 이들은 결사대의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 이날 부대장은 상부에 황일병과 김이병의 을지무공훈장을 상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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