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시내 중학추첨부정|소문파다했던 해묵은 부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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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목포시내중학교 무시험 추첨 부정사건은 말뿐인 평준화로 공립과 사립의 심한 격차에 불안을 느낀 학부형들의 세칭 일류교에 보내야겠다는 허영심과 학교선전을 목적으로 한 사립학교의 명예욕·소년체전상위 입상을 바라는 시교육청의 지나친 배려(?)가 만들어낸 교육부조리의 단면도였다.
목포시내 중학교 무시험진학제도가 실시된것은 지난 73년, 실시이후 8년 동안 말뿐인 평준화로 전통있는 일류교는 교명만 바뀌었을 뿐이고 사립학교는 시설투자·교원보충등에 인색해 학교간의 격차는 펑준화 이전과 다름없는 실정.
이 때문에 목포시내 유력자 자녀들의 일부는 이미 서울·광주·전주등 대도시학교로 진학해 버렸고 돈푼이나 있는 학부형들이 부조리 교육공무원에 접근, 중학추첨제 실시이후 최대부정사건을 저질렀다.
학무과장 김씨를 총책으로 한 이들의 부정은 각자 책임 부서를 맡기는등 치밀한 계획아래 이루어져 어물쩡 넘어가 버릴뻔했다.
추첨알 분균 작업은 조 교사와 김양이 맡았는데 이를 감독해야할 오교감(당시 중등계장학사)과 3명이 담합해 추첨알 빼내는 작업이 손쉽게 끝난것.
부탁한 학생들은 추첨장에 나오지 않아 추첨당일 추첨알이 딱 맞아 들었다.
추첨장에서 관리위원과 경찰관이 멀찌기서 감시하고 있었으나 이들이 추첨기 등록처 요원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조작이 들통나지 않은것.
추첨현장에서 추첨번호 기입때 번호마다 관리위원들이 확인도장을 찍고 학교배정명단 작성시 작성용지 매수를 제한하고 일련번호를 기입했더라면 이같은 부정은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같은 허점을 이용, 추첨번호를 다시 기입했고 배경명단 뒷부분에 부정입학자의 명단을 모두 기입할 수 있었던것.
중학배정 추첨때 마다 목포 시내에서는 부정이 있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나 증거가 나타나지않아 계속해를 넘겨 왔었다.
소문에 떠돈 부정추첨 유형은 ①추첨 않고 배정 ②체육특기자이용 ③추첨과정에서 조작등이었는데 이번수사 결과는 세번째 유형은 없었다. 종전 추첨때는 추첨과정에서의 조작이 많았었다는 여론이 비등한데 검찰은 이번 부정수사만으로 일단락 짓기로 했다.
한편 홍일중이 유도체육 특기자로 11명을 부정입학시킨것은 사립학교가 시설투자를 외면하고 강한 유도부를 키워 학교명예를 높이려는 얄팍한 속셈을 드러내 보인 것이다. 양궁특기자로 조작해 6명이 중앙여중에 부정 입학한 것은 시교육청이 소년체전출전「팀」을 육성한다는 배려로 묵인했다는 점에는 과열된 소년체전의 비리를 말해주고 있다.
목포시 교육청은 올 추첨을 「컴퓨터」 추첨으로 하기로 했으나 예산부족으로 전근대적인 추첨알을 다시 사용해 이같은 부정을 저지르게 한것.
또 오교감과 조 교사는 3∼4년 동안 추첨 관리원으로 뽑혀 부정을 할 수 있는 허점을 훤히 알고있는데도 다른 직원과 교체하지 않아 결국 일을 저질렀다.
검찰은 뇌물을 준 학부형 30명을 입건 했을뿐 명단을 밝히기를 꺼렸으나 사전에 관련된 교사·공무원·회사사장·상점 주인등은 모두 중류이상의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부형들이 건네준 뇌물은 현금 2만원에서 1백만원까지 다양한데 동양학·서예등도 끼여들어 작가가 많은 목포시내에서 이들 작품이 공공연히 뇌물로 사용된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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