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낭비방지법」제정놓고|서독 공무원·납세자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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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서독은「국고낭비방지법」의 제정을 놓고 납세자들과 공무원들이 날카롭게 대치되어 있다. 납세자들이 예산을 탕진하는 공무원을 법으로 다스려야한다는 주장인 반면,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옥석구분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면으로 반대, 설전을 전개중이다.
이법의 제정을 들고나온「빌리·하우브리히스」 납세자연맹총재는 우선 납세자와 공무원간의 관계에 현령의 원칙이 무시되었다는 주장이다. 납세자들의 탈세엔 최고 10년의 체형이 가해지는것과는 달리 예산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에게는 지식만이 문제시될뿐 국고낭비부분에 관해선 아무런 제재방법이 없어 납세의 의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측은 공무원들에 의해 탕진되는 국고가 전예산의 5∼10%에 이른다고 주장하면서 2천5백만 「마르크」(약80억원)를 들여 만든「카셀」비행장이 「스포츠」 비행사의 놀이터로 둔갑한 것에서부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보건성이 20만권의 건강 책자를 내어 그대로 태워버린 예를 들고 있다.
납세자연맹이 국고낭비방지법을 들고나오자 60만회원을 거느리는 공무원조합은 국고낭비의 고의성여부를 가리는데 문제가 많다고 지적, 만약 이 법안이 제정되면 파업으로 맞서 전국 행정을 마비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처럼 납세자연맹과 공무원조합의 설전이 팽팽히 오가는 가운데 연방법무성이 최근 이 법안의 제정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공무원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말았다.
자기자신이 공무원인 법무성의 「에리히·뵐라」 항법담당관마저 세금을 보호하기 위해선 이 법안의제정이 불가피하다고 납세자연맹을 지원, 더구나「스웨덴」과 「스페인」처럼 최고형량을 5년으로 내다봄으로써 공무원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앞으로 이 법안이 제안되면 공무원의 파업등 진통이 뒤따르겠지만 세금의 보호라는 점에서 납세자들의 큰 관심을 끌고있다.【본=이근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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