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 투표에도 사장선출에 실패-불 르·몽드 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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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스」지성으로 일컬어지는 「르·몽드」지 사장을 편집국기자들이 뽑는 선거가 지난23∼24일 한 여학교에서 실시되어 언론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관심을 모았다.
82년 말에 퇴임하는 현「자크·포베」사장의 후임을 결정하는 이 선거에서 4명의 후보가 경쟁한 결과 아무도 절대 다수 표를 얻지 못해 총수를 결정짓지 못했다.
『「프랑스」수상보다도 어려운 자리』 또는 『대통령만큼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세인이 부르는 「르·몽드」사장 선출문제가 확정되지 못하자 25일자 「파리」의 조간신문들은 기자들이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조의 글을 크게 실었다.
편집국기자들로 이루어진 『「르·몽드」편집사우회』가 사장을 뽑도록 된 이 선거에「앙드레·퐁텐」편집국장,「자크·아말리크」외신부장,「자크·데코르노이」편집부국장,「클라우드·쥘리앵」「르몽드·디프로마티크」지 (「르·몽드」가 발간하는 월간정치잡지)편집국장 등 4명의 후보가 나섰다.
『편집사우회』는 51년 편집의 독립성을 위해 기자들이 회사주식의 40%를 갖고 설립한 조직이다.
차기사장은 주를 가진 사우회 등을 포함한 주주총회에서 결정되지만 편집사우회는 『자기의 의사에 반한 사장후보를 거부』할 권한을 갖고있다.
1차 투표에서「쥘리앵」2백26표, 「아밀리크」외신부장 2백22표, 「데코르노이」부국장 1백64표, 「퐁텐」편집국장이 1백6표를 각각 획득하여 2차 투표에 들어갔다. 60%이상을 득표한 인물이라야 인쇄노조 등에서 사장으로 인준하기 때문이다. 상위 득표자 2명을 상대로 한 2, 3차 투표에서「쥘리앵」은 51.21%, 「아밀리크」는 44.4%를 득표, 두 후보 모두 60%이상을 얻지 못해 후임사장선출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44년 불과 14만 부로 출발한「르·몽드」지는 현재 60여만 부 발행에 공칭 1백50만 독자를 가진「프랑스」 언론의 상징적 존재로 「드골」장군이 「위베르·뵈브-메리」외교 전문 언론인에게 새로운 신문 창간을 맡겼을 때만 해도 사장 투표제도는 없었다.
69년 학생혁명으로 인한 「드골」퇴진은 「위베르·뵈브-메리」사장으로 하여금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포베」에게 대명을 물려주게 했다.
「포베」사장이 78년 말 퇴진을 앞두고 3년간 연장을 제의했을 때 동지는 내부의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이 문제를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에 붙인 것이 투표방식에 의한 사장추출의 시발점이 됐다.
이번 선거를 두고 드러난 경향은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사장후보들이 40대(「아밀리크」41세, 「데코르노이」42세)와 50대 (「퐁텐」59세,「쥘리앵」54세)의 대결이었다.
둘째는 이들 모두가「르·몽드」지의 외신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외신부 출신끼리의 대결에서 중도좌파색채를 강력히 풍기는「쥘리앵」「데코르노이」와 중도우파색채를 띤「퐁텐」「아말리크」두 파로 분류된다.
이 두 파는「르·몽드」편집국 안의 두 흐름을 대변하며 이들 가운데 누가 사장이 되느냐에 따라「르·몽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3개월 후에 다시 열기로 된『편집사우회』총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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