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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유치원」시정급하다|입학시즌맞아 알아본 전국 유치원 운영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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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치원의 졸업·입학「시즌」이 시작됐다. 어린이들의 취학전 지도가 학부모들 사이에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유치원수도 늘어나 전국에는 공인유치원만도 7백94개에 원생수는 5만8천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많은 유치원들이 시설이 미비된데다 정원초과·잡부금징수·무자격보모채용등 변태운영을 일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에는 사설미술·음악학원등이 곳곳에 들어서 취학전 어린이들을 모집, 유치원 뺨칠 정도의 과다한 수업료를 받는가하면 교과과정에도 없는 「디스코」와 사교 「댄스」를 가르치는등 저질교육을 시키고있다.

<잡부금징수실태>
문교당국이 인정한 공납금은 입원금·보육료·육성회비등 3가지. 급지에따라▲입원금은 2천5백∼3천5백원▲육성회비는 2천5백∼3천2백원씩이다. 그러나 많은 유치원들이 각종 명목을 붙여 잡부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주유치원은 80명을 모집, 유치반과 「바이얼린」 반으로 나눠「바이얼린」 반 원생들에게 「재능개발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수업료 이외에 1만원을 추가 징수하고있다.
충남 대전시내 21개 유치원들은 학생들에게 교복(원복)과 모자를 맞추도록 강요, 특정업체를 지정하여2만5천원씩 받고있다.
이들 유치원은 또 간식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5천∼6천윈씩 받고있다.
특히 대전시 Y유치원은 해마다 졸업생들에게 「후배들을 위한 기념품비」라는 이름을 붙여 6천5백원씩 받아 이 돈으로 필요한 기구를 사들이는 변칙운영을 하고있다.
광주시 J유치원은 지난21일 1백40명을 졸업시키면서 일부 자모들이 중심이 되어 「사은비」라는 명목으로 2천원씩 거둬 다른 학부형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전북 전주시 8개 유치원도 「자모회비」라는 이름으로 매달 4천원씩 추가징수하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읍의 A급 유치원들은 교복대 2만원 이외에도 매달 1회씩 갖는 원생들의 「합동생일잔치비」로 1만원, 소풍때마다 「소풍비」 5천원, 졸업「앨범」대 7천원, 기념사진대 3천원씩 거두고 있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1년동안 지불되는 잡부금 총액이 13만5천원으로 국립대학생 1명에게 드는 돈과 맞먹는다고 불평했다.

<교육실태>
문교부의 유치원 교육지침에 따르면 하루 3∼4시간씩 매년 2백일이상 수업토록 돼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상오 9시30분∼낮12시까지 2시간30분 수업이 고작이다.
또 문교부는 교육내용을▲사회정서발달▲인지발달▲언어발달▲신체·건강발달등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교육은 예능·오락에 그치고 있다.
교육시설도 40명 1개학급의 경우▲운동장 91평▲교실 66평▲유희실 20평▲관리실 5평▲양호실 3평▲학장실·세면장등 시설과 1백28종의 각종교재·놀이기구를 갖추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보통교실만 갖춘 채 이를 유희실과 겸용으로 쓰고있으며 운동장에 미끄럼틀·「시소」·회전그네등을 설치, 운동장과 놀이터로 같이 쓰고있다. 또 운동장의 모래를 자주 갈아주지 않아 흙투성이로 변해 어린이들의 옷이 쉽게 해지거나 더럽혀지고있다.
더구나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자격 보모를 채용하는 사례도 많다. 자격교사의 경우 10만∼12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으나 무자격교사는 절반가량인 5만∼6만원에 그치고있다.

<유사 유치원>
서울강남지역과 부산·대구등 대도시 중심지역에서는 규정된 시설과 인격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자 사실 미술·음악학원등 예능계학원들이 미취학 어린이를 모집, 유치원구실을 하고있다.
서울시내 예능계 사설학원 6백50개소 가운데 2백여개소는 무인가학원으로 미취학어린이들에게 매달 1만2천∼1만4천원의 수강료이외에 재료비·생일잔치비등 명목으로 4천∼5천원을더받고 있다.
서울도곡동 K학원은 「가운」을 「교복」이라고 이름붙여 지점 양장점에서 7천∼1만원에 맞추도록 했으며 「피아노」수리비를 매달2천원씩 어린이들에게 부담시키고있다.
잠실 「아파트」 단지의 C미술학원은 매주1회씩 어린이들을 실내수영장에 데려가면서 입장요금보다 훨씬 많은 5천원을 받는가하면 어린이 수강생과 학부모들에게 「디스코」·사교춤을 가르치는등 교과과정에도 없는 저질교육을 시키고있다.
신반포 「아파트」 단지의 A미술학원은 어린이들의 합동생일잔치를 매달 1회씩 치르면서 실제비용보다 많은 5천원씩 받고있다.

<대책>
교육전문가들은 국민학교부설 유치원을 확대 운영, 공립 유치원을 늘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국민학교 시설이외에도 마을회관·농협회관·교회시설등을 이용, 유치원 수를 늘려 유치원교육을 일반화하고 소수유치원의 횡포를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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