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탈바꿈 진통…공화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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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년간 강력한 영도의 그늘에 안주하던 공화당이 그 그늘이 사라지자 탈바꿈의 진통을 겪고 있다.
공화당은 지난 63년 창당이래 적지 않은 풍파를 겪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그저 하나의 풍파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사태는 다르다. 밖으로는 밑도 끝도 없는 친여계 신당설이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안으로는 정풍운동이 이는데다 최근에는 무소속에서 입당한 한 의원이 당 지도층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와 당 내외에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경북도 당 순시 중 영입 의원의 도전소식을 들은 김총재 자신은 『당원이 총재에게 무슨 얘기는 못하겠느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10·26사태 이후 그야말로 전당원적 합의에 의해 구축된 김종필 체제를 전면 부인하고 나선 충격은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공화당 안에는 작년 말부터 일부 당 간부간의 「불편한 관계」와 정풍운동을 보는 엇갈린 평가 및 무소속 영입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둘러싼 미묘한 움직임이 있어 왔다.
박찬종·오유방 의원 등이 주동이 되어 추진중인 정풍운동은 중앙위·청년당원 등 원외로 확산되어 그 궁극적인 목표와 사태발전의 결과가 미지수인 채다. 선거구 문제가 걸려 있는 무소속 영입 의원의 향배도 심상치가 않다.
최근 당의 관리지역 조정으로 현역 의원끼리 경합중인 김진만·윤재명·함종윤·박정수· 정휘동·박용기 의원 등은 어느 정도 안정됐으나 최치환·임호·김수·임영득·변정일 의원 등 5명은 아직 그나마도 해결이 안된 상태다. 영입 의원 중에는 현 지구당 위원장과 폭발 일보직전의 감정대립 상태에 있는 의원도 있다.
선거구가 나눠지지 않을 경우 이러한 대립이 더욱 악화돼 경우에 따라서는 예기치 못할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마저 있다.
지난번 영입 의원 중 몇몇이 당직사퇴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러한 불만의 표현이었다.
정풍운동과는 무관하다는 몇몇 영입 의원은 공화당이 현 체제로는 내년선거는 고사하고 전당대회까지 끌고 가기도 어려우니 대국민 「이미지」쇄신을 위한 탈바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당내 일부에서는 10·26이후 변질된 정부와 공화당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데도 엉거주춤한 입장에 있다고 불만스러워하는 층도 있다.
이들은 이제 공화당은 자기 갈 길을 찾아 나서야 하며 정부측 눈치나 보면서 보장도 없는 「반대급부」를 기대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공화당이 개헌시안을 빨리 확정하고 김총재도 개헌문제에 관해 자기 소신을 밝혀 국민에게 「어필」해야한다는 얘기도 맥을 같이 하는 주장들이다.
자연히 김총재의 「선 범여권 단결, 후 당 체질개선」노선에도 이의를 다는 세력이 나오기 마련이다.
김총재는 공화당이 박정희 총재의 갑작스런 서거로 무너져 내린 당의 지도체계와 위계질서를 바로잡고 친여권의 대동단결을 모색하는게 당면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의 체질이 먼저 개선돼야 이 같은 작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총재 측근에서는 김총재가 최근의 지방순시에서 대국민 인기발언을 가급적 피하고 정부를 자극하지 않은 것은 범여권의 단결을 통한 계속적인 안정을 추구하려는 친여 지지기반에 대해 신뢰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당 외의 지지와 협조를 계속 얻을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당내진통은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총재 주변에선 무소속 입당 의원의 지도층 사퇴요구 사건으로 오히려 정풍이다, 쇄신이다 하는 당 내연 움직임은 스스로 자숙과 자제의 기미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도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적인 자구행위가 아니라 배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당내 4인 체제와 반 4인 체제의 갈등과 신당 움직임이 관련된 것 같다는 의혹이다.
이 같은 추측은 문제의 공개장이 필적 조사결과 당사자의 필적으로는 밝혀졌으나 요로에 배포하는 등의 조직적이고도 치밀한 행동과 4인 체제와 가까웠던 그의 인간관계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사건은 그대로 덮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정풍의 새로운 전기가 될지도 모를 당 중앙위 청년분과위원회는 아직도 소집 자체가 불투명하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는 정풍을 내세운 몇몇 사람에게도 비판받아야 할 과거가 있다는 점, 둘째는 정풍과 상관없는 또 하나의 체질개선론은 선거구 경합에서 열세인 사람들의 「푸대접 푸념」에서 나와 공감을 받지 못하는 사실, 셋째는 당의 「이미지」를 위해 후퇴해야 할 사람이 있을 법한데 어떤 선에서 어떻게 마무리 짓느냐는 고민이 그것이다.
김총재를 정점으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공동목표에는 거의가 일치하면서도 목표쟁취를 위한 과정과 방법을 둘러싸고 혼돈의 요인이 내연하고 있는 셈이다.
김총재는 6일 경기도지부 순시에서 범여권의 단결을 강조했다.
지난번 영남지방 순시 때는 하여가를 읊어 「외로움」을 읊었고 기회 있을 때마다 「무원고립」을 끄집어낸 것만 보아도 고군분투하는 처지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온실 속에 있다가 그 온실의 유리가 깨어진 공화당의 입장에서 그 정도의 내연은 자연스러운 것 일수도 있다. 여당「프리미엄」없이 집권의 고지에 재도전할 탈바꿈을 어떻게 이루느냐가 공화당이 풀어야 할 난제일 것 같다.<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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