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우수땐 대동강물도 풀리는데 모든게 잘 되길"|북="날씨는 차지만 대화는 따스한 분위기서 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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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음은 회담에 앞선 양측대포의 대화내용.
▲ 현준극=아침에 서울에서 떠나셨읍니까. 원로에 수고 많았읍니다.
▲ 김영주=우리측이 지난 4일 알려드린 바와 같이 우리 대표단은 신현호국무총리가 서명한 신임장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것부터 먼저 교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이동복대표가 김수석대표에게 신임장이 든 흰사각 봉투를 전달)
▲ 현=미리 보도를 통해 알고 있지만 귀측에서 신임장을 교환하자고 했다면 교환해야지요.
▲ 김=그러면 신임장을 교환합시다.(김대표와 현이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신임장을 주고 받았다. 우리측 신임장은 표지에「대한민국 서울」이란 글씨가 인쇄돼 있었으며 북한측 신임장은 표지에 아무런 인쇄가 돼있지 앉은채 북한정무원총리 이종왕의 한글「사인」이 신임장에 적혀있었다)
▲ 현=이렇게 동포들끼리 마주 앉으니 대단히 기쁩니다.
▲ 김=정말 반갑습니다. 금년에는 서울이 추웠는데 평양도 추웠지요.
▲ 현=비교적 추운편이었읍니다.
▲ 김=어제가 입춘이었고 조금 있으면 우수가 됩니다. 우수에는 대동강물도 풀린다는데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갔으면 좋겠읍니다.
▲ 현=한강물도 풀리겠지요.
▲ 김=모든 것이 잘 풀려야지요.
▲ 현=입춘이면 대길이라고 했는데 입춘이 되면 좋은 일도 많이 있겠지요. 우리민족의 통일을 위한 도장에도 좋은 일이 많이 있어야지요.
▲ 김=날짜를 잘 잡은 것 같습니다.
▲ 현=예, 잘된것 같습니다. 바야흐로 80년대 첫문 어귀에 들어서서 대화가 마련된 이 싹을 잘 길러 5천만 민족이 바라고 절절히 염원하는 통일의 위업을 격식없이 오순도순 허심탄회하게 대화의 길을 마련한다면 80년대 통일을 위한 민족사회 서장이 잘 기록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 김=우리실무접촉이 차분한 분위기아래 진행되고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 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현=아직 날씨가 차지만 민족단결의 대학가 따뜻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질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통일을 위한 길이 열리겠지요.
▲ 백준혁=대동강물과 한강물도 서해에 가서는 합쳐서 출렁거리는데 우리민족도 합쳐서 통일의 춤을 둥실둥실 올수 있어야 하겠읍니다.
▲ 이동복=오늘 내려왔읍니까.
▲ 현=개성서 어저께 자고 오늘 아침에 이리로 왔읍니다.
▲ 이동복=빠른 시일내에 우리도 평양에 가고 그쪽도 서울에 오시고 해야지요.
▲ 정종식=빨리 그런 날이 와야겠습니다. 평화와 통일이 이뤄져야겠고 우리의 이런 회담이 성과를 거두면 온세계가 다 기뻐할 것입니다.
▲ 임=통일이라는 것은 가야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조상때부터 가야금으로 시름을 털어놓고 했었지요.
가야금은 모든 줄을 퉁겨줘야 선율과 노래가 나오는 것이지 한줄만 퉁기면 노래가 안됩니다. 통일도 가야금같이 힘을 합치고 노래해야 통일의 노래가 될 것입니다.
▲ 이=우리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애창하는 노래에『통일의 노래』라는 것이 있읍니다. 통일은 기성세대는 물론이고 분단의 고통을 겪지 못한 어린이까지도 통일에 대한 열망이 대단합니다. 통일에 이르기 위한 절차와 순서가 있는데 우리는 올바른 절차와 순서를 밟아야 알찬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순서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가 모인 것이므로 성의를 가지고 5천만 겨레의 시선과 전세계의 여론을 생각하면 올바른 절차와 순서를 마련하는데 전념해야겠읍니다.
▲ 백준혁=이동복선생, 방년간 헤어져 있었으니 너무 오래됐습니다. 농사도 1년이면 수확을 하는데 35년간 헤어져 있던 우리도 이제 합칠 때가 됐읍니다.
▲ 임=미소나 악수로만 끝내지 맙시다.
▲ 정종직=미소로 끝내지 말고 악수만으로 끝내지 맙시다.
▲ 이=이제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요.
▲ 현=마주앉아 빨리 얘기해 봅시다.( 상오 10시11분 인사말을 끝내고 기자들이 퇴장하자 양측대표는 회담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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