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물으면 대답 못 하고 어디론가 전화하는 민경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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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15일 춘추관에서 교육부 장관 내정 발표 뒤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전 10시 청와대 기자실에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설이 퍼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할 것으로 예상되던 때여서 의외의 소식이었다. 기자들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회의 중”이라는 문자메시지만 돌아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모르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사퇴 사실은 문체부 기자실에 보낸 정 후보자의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오전 7시40분쯤 민 대변인은 기자실을 찾았다. 정성근 후보자와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관련, “이 시간까지 (박 대통령의 임명) 재가가 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재가되면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재요청한 상황이어서 두 후보자 모두를 임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2시간여 뒤 정성근 후보자의 사퇴 소식이 흘러나왔다. 기자들은 그 배경과 전후 과정에 대해 질문했지만 민 대변인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평소 전할 소식이 있을 때면 오후에도 기자실을 찾았던 민 대변인이지만 이날 오후엔 기자실에 오지 않았다. 기자들은 대변인으로부터 끝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전날에도 의아한 일이 벌어졌었다. 민 대변인은 15일 오후 2시30분 박 대통령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철회하고 새누리당 황우여 의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브리핑했다. 박 대통령이 정성근·정종섭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재요청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연락해 보겠다”며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냈다. 전화를 끊은 뒤 민 대변인은 “두 분이 넘어갔다”고 답했다. 기자들이 곧이어 “재요청 시한은 언제까지인가”라고 묻자 민 대변인은 또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뒤 “오늘 하루”라고 대답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재송부 요청의 의미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에는 “(김명수·정성근·정종섭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재요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가 4시간여 뒤 급히 기자실을 다시 찾아와 “모든 게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정정했다. 이어진 추가 질문엔 답하지 않고 서둘러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정치권에선 이런 민 대변인의 태도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청와대’의 홍보라인 관계자는 “곤란한 문제에 대해 브리핑이 꺼려지지만 자세히 전후 사정을 알리는 게 결과적으로는 청와대에 더 도움이 된다”며 “언론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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