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적학생의 복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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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를 비롯한 연대·고대·서강대·이화여대 등 5개 대학이 긴급조치로 제적당한 학생들을 금년도 새 학기부터 복학시키기로 결정하고 해당자들에게 복학절차를 밟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아울러 서울대·고대 등 일부 대학은 과거 긴급조치시대에 학생활동 규제를 주안으로 하여 만들었던 문제성 있는 학칙들도 모두 개정하여 학생활동의 자율성을 대폭 보강할 방침이라는 소식이다.
긴급조치가 해제되고 긴급조치위반사건이 모조리 패소판결을 받았으며, 구속됐던 사람들에 대한 석방조치까지 다 이루어진 터에 이제 제적학생들을 복학시킨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요, 오히려 때늦은 요식절차와도 같은 일로 여겨진다.
또 이러한 조치는 국민적 화합 속에 민주발전을 이룩하자는 시대적 요청과도 부합하는 일로서 오늘날 무엇보다 요청되는 국민적 단합과 화해의 기풍조성에도 큰 기여가 되리라고 믿는다.
이른바 초년대 학원사태를 어떤 눈으로 평가하든, 수학도상의 학생을 제적이라는 가혹한 징계처분으로 영구히 학원에서 추방한다는 것은 교육원칙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 대한 성인사회의 보살핌이라는 인륜상당위로 보아서도 설명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엔 소위 문제학생의 학원추방이 학원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가 있었지만, 실은 동료학생의 복학운동이 또 다른 학원사태의 요인으로 「에스컬레이트」한 악순환을 우리는 익히 경험하지 않았던가.
학생징계의 목적은 본질적으로 교육상의 한 방편이자 더 나은 교육기회를 보장하려는데 참뜻이 있는 줄 안다. 따라서 징계 역시 넓은 의미에서는 교육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날 대학이 특정한 학칙위반학생에 대해서는 재 입학 자체를 봉쇄하는 학칙을 두고 있었던 것은 참으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주변 여건을 고려해야만했다 하더라도 학교당국의 의사나 학생 자신의 자세여하에 따라서는 재 입학이 될 수 있는 길만큼은 열어 놓는 것이 건전한 사회상식의 요청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이제 지도 휴학제, 간행물발행의 사전 승인제와 같은 문제성 있는 학칙들을 이번 기회에 개정키로 한 것도 옳은 일이다.
당시의 경위야 어떠했든, 긴 경우 5, 6년 이상 학외에서 방황해야만 했던 제적학생의 복학이 이제나마 실현되게 된 것을 우리는 거듭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동료들에 비해 만학일수 밖에 없는 이들 학생들이 새로운 각오로 학업에 전념해주기를 당부코자 한다.
또 대학당국도 어떤 의미에서는 시대적 희생자였던 이들 제적학생들에게 보다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따뜻이 감싸주기를 바란다.
아마 이 같은 조치는 전기한 5개 대학 외에도 전국 각 대학에서 속속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우리 학원의 오랜 숙제의 하나가 풀린다고도 볼 수 있다.
아무쪼록 모든 관계당사자들은 자중자애하여 이번 복학조치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전향적 기운이 지속·강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 기회에 우리는 각급 학교와 일선교육 행정당국자가 좀더 자율성과 창의성 문제에 신념을 갖고 교육에 임하도록 당부하고 싶다. 물론 오랜 세월 타율과 복종에 익숙해진 학원 체질이지만 그것이 정도의 교육원칙은 아니지 않는가.
또 이런 시기에 학교당국자나 일선 문교행정기관은 새삼 교육의 자율과 그 책임문제에 대해 스스로 근본적인 반성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근한 실례로 학교장 재량하의 중·고교생교복 자율화 문제라든지 교육감 선출의 자율화 문제를 에워싸고 문교부의 당연한 원칙지시가 있었는데도 구차스런 반론을 내세워 선뜻 단을 내리지 못하거나 여전히 상부의 눈치만 살피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곤란한 일이다. 이런 자세로는 이 나라의 정치발전은 물론 참다운 교육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아니 할 수 없는 것이다.
모든 교육당국자는 진정한 교육발전이 교육의 자치와 자율정신에 의해서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과 또 모든 자유에는 거기 따른 무거운 책임이 수반된다는 것을 새삼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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