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의 개헌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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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새해들어 개헌에 관한 각계의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일에는 신현확 총리와 김택수 국회개헌특위 위원장이 만나 개헌에 관한 국회와 정부간의 협력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개헌과정에서 국회와 정부가 최대한 협력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정부측은 국회개헌특위에 의견을 개진하고 자료를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개헌특위를 통해 국회와 정부가 개헌단일안을 작성하자는 국회측 희망에 대해서는 정부측이 이렇다 할 언질을 준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볼 때 개헌안에 관해 국회와 정부는 아직까지 원칙문제에 관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고, 개헌과정이 장차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 불투명한 요소가 없지 않다.
물론 법적으로는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여 국민투표에 붙인다는데 이논이 없고, 따라서 개헌안을 최종적으로 확정짓는 것은 정부가 할 일로 되어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이 같은 권한을 배타적으로 발동해 좁은 의미에서의 『정부자신의 의견』만을 개헌안에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자타가 숙지하는 일로서, 차라리 이를 권한으로 보기보다는 국민에 대한 크나큰 책무로 인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개헌에 관한 한 최대한 겸허하게 각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각계의 요청에 허심탄회하게 부응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요망된다.
정부가 이런 자세를 갖고 있다면 구체적으로는 개헌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촉진하기 위한 활발한 개헌논의를 보강해야함은 물론, 정부 자신이 갖고 있는 견해와 추진코자하는 제반 절차에 관해서도 솔직히 밝히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만 정부의 구상이 활발한 개헌논의를 봉해 혹은 지지받고, 혹은 비판받음으로써 점차 다듬어질 수 있고, 모처럼 마련된 국민적 광장에서 제기되는 각계의 귀중한 의견도 공소한「황야의 일성」에 그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곧 있을 최규하 대통령의 연두회견에서라도 가급적 구체적인 정부의 구상이 제시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같은 정부의 구상이 집중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공식적인 기구는 아무래도 국회의 개헌특위라고 생각된다.
특위 역시 제한적인 성격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토론이 보강되는 국회의 성격과 전원합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특위의 운영방식으로 보아 특위가 개헌논의의 주요한 무대가 되기에 큰 손색은 없다고 본다. 또 특위가 기존 정치세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궁극적으로 정부와 특위의 개헌안이 단일화돼야 할 필요성은 크다. 특위의 개헌안의결이 비록 정부에 대해 법적 패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만약 특위안과 정부안이 상치된다 할 때 그 정치적 긴장이나 불안은 엄청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특위에 대해보다 개방적이고 솔직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개헌문제에 관해 전에 잠시 거론된 이른바 주도권 문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개헌주도권을 잡아야겠다는 태도는 극단적으로 말해 곧 개헌안에 특정세력이나 특정인물의 의사를 꼭 반영시켜야겠다는 집념을 말해준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주도국은 국민에게 있다.
국회와 정부의 협력을 촉구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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