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불이 너무 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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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가 갈수록 각종 재해의 발생빈도와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예가 화재라 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은 화재에 조심해야 될 계절인데도 최근 경향각지에서 잇달아 큰 불이 일어나 막대한 피해를 내는 등 새삼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내무부는 24일 전국에 화재주의보를 내리고 연말 연시 특별경계에 들어갔다고 하나, 화마는 예고 없이 우리의 부주의를 틈타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특정한 기간만이 아니라 1년3백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철저한 화재예방태세를 갖추고 있어야할 것이다.
특히 최근의 화재는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한번 불이 났다하면 의례 대형산업화재로 번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경제적 손실이나 인명피해가 막심하다.
화재발생의 통계를 보면 지난 63년의 1천94건, 인명피해 3백3명, 재산피해 3억2천1백만 원에서 78년에는 4천85건, 8백86, 40억1천7백만 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15년간 화재의 발생건수는 2·1배가 증가한데 비해 인명은 2·6배, 재산은 무려 12배 이상의 손실을 입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공장이나 건물의 규모가 커지는데 반비례하여 화재예방조치가 소홀해진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인구증가로 인한 거주지역의 밀도심화로 불이 나거나 번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소방관계투자는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화재의 위험도가 몹시 높아지는 반면에 우리의 방화태세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실로 통탄할 일이다.
관계기관이 서울시내 주요 「호텔」·상가· 시장· 공공건물의 소방시설을 점검한 결과 1백50개 시설물이 소방법위반혐의로 무더기 입건됐다는 사실은 다수인이 드나들고 숙식하는 장소의 관리자까지도 방화에 대해 무신경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71년 대연각 「호텔」의 화재 때문에 세계적인 비웃음을 샀던 일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매년 10%이상 늘어나는 화재의 원인이 부주의(80%)때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을 모아 이룩해 놓은 성과가 오직 부주의로 인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으며, 이 보다도 더 큰 사회적 죄과가 어디 있겠는가.
모든 건물은 방화시설을 갖추어야하며 화재요인을 미리 제거토록 전기·난방시설의 안전관리를 철저히 사전「체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산업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무리한 조업은 삼가고, 조업을 할 때는 먼저 방화교육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최선의 조심을 한다해도 불의의 사고를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을 게을리 하면 그것은 사고를 고의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재난을 일상생활의 불성실로 자초하고, 그리고 후회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합심하여 안녕과 행복을 지킬 것인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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