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각자장의 기능을 재현|오옥진씨 덕수궁미술관서 각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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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에는 서예가들이 각을 하지만 옛날에는 전문적인 각자장이 있었다.
현대의 인쇄술이 도입된후 이들 각자장은 자연 소멸될수밖에 없었는데, 서각에 뜻을 둔 소수인사가 도각기법의 명맥을 이어옴은 다행한 일이다.
그중 철재 오옥진씨는 단순한 전각에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옛 기능의 재현에 뜻을 두고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45세의 오씨는 그동안 전통각법을 전수하는 한편 서예를 수업해 자신의 자질을 가다듬어왔다.
이번 2회째의 개인전에는 세종때나온 「훈민정음」(국보70호)을 그대로 복각해 스스로 인출법까지 배워 책으로 엮어냈다. 또 고산자의 서울 지도인「수선전도」 와 「대동여지도」 및 수원성 축성시에 제작된 「화성전도」등을 모각해 선보이고있다.
판목에 서각하는 기술자들은 자칫 주문품의 제작에 안주하기 십상인데 오씨의 경우는 창의적인 의욕이 대단하다. 그는 한국의 고인쇄물을 모각하는데 열중하고 있을 뿐더러 판목에장두를 붙이고 먹물로 찍어내 표장하는 일까지 일괄 작업함으로써 예스런 각자장으로서의 뛰어난 경지를 닦고 있다. <18∼23일까지·덕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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