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에 삼진 5개에 3안타.1실점. 외형상 선발투수로서 훌륭한 기록이다. 그러나 5회까지 투구수 1백14개, 사사구가 무려 8개였다. 갑작스럽게 밸런스가 무너지며 제구력이 들쭉날쭉한 것이 문제였다.
지난 12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2로 승리, 올시즌 처음으로 승리투수가 된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의 투구는 극과 극을 달렸다.
1994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통산 90승, 지난해 9월 13일 매리너스전 승리 이후 2백11일 만의 승리라는 달콤함을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가슴 졸이는 순간이 많았다.
박찬호는 "공 한개만 생각하고 던졌다. 1회 2사 만루에서 호수비를 해준 칼 에버렛에게 감사한다. 던질수록 투구폼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16일 오전 9시5분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희망의 빛
구위의 회복세가 눈에 띈다. 시범경기와 앞선 두 경기에서 한번도 1백개 이상 던지지 못했던 박찬호가 마지막 1백14구째 투구에서 이날 가장 빠른 시속 92마일(약 1백47㎞)을 기록했다.
매리너스 홈구장 세이프코 필드의 스피드건이 실제보다 3~4마일 정도 적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박찬호가 한계투구수를 넘긴 상태에서 전력투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2회 2사 만루, 3회 2사 1.3루, 4회 2사 1.2루 고비에서 모두 직구로 정면 승부, 삼진을 잡아낸 것은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증명하는 장면이다.
▶어둠의 터널
삼자범퇴시킨 5회를 빼고는 매회 주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제구력은 박찬호 자신보다 동료와 벤치를 더 긴장시켰다. 아직까지 투구폼이 자리를 잡지 못해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특히 2-0으로 앞선 4회말 투아웃까지 잘 잡고도 랜디 윈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몸맞는공.적시타 허용으로 실점하는 장면은 아쉬움이 컸다.
한편 서재응(뉴욕 메츠)은 13일 푸에르토리코에서 열린 몬트리올 엑스포스전에서 선발등판, 5와3분의2이닝 동안 9안타.5실점(3자책점)으로 시즌 첫 패를 안았다.
최희섭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3타수 무안타.1볼넷.2삼진을 기록, 최근 세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6삼진)로 타율이 0.217로 떨어졌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