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도 장단맞춘 판소리 경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담뱃불은 간곳없고 반딧불만 반짝반짝, 파초잎만 너울너울, 꿈아! 무정한 꿈아! 오시는 임을 꼭 붙들어두고 잠든 나를 깨울 것이지….』
이도령과 이별한 후 춘향이 꿈속에서 그리던 임을 만났으나 곧 꿈을 깨자 몸부림치며 장탄하는 대목을 비통한 중머리 장단으로, 아니리(배경실명)와 발림(몸짓)을 곁들여 실감나게 노래한다.
21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 강당에서 열린 제3회 전국 판소리 경창대회에서 1등상(문공부 장관상·30만원)을 차지한 최승희씨(41·서울 관악구 상도동)의 노래.
판소리 춘향가중 이별대목으로 고수는 김동준씨.
『옳지, 잘한다!』『얼씨구』『저렇게 자연스러워야해!』
객석을 차지한 김여란 김소희 박귀희 김숙자 박후성 성창순 조상현 은희진 남해성 서룡석씨 등 원로 및 중견 국악인들, 그리고 1백 20여석을 가득 채운 할머니 할아버지 관객들의 추임새로 소리는 더욱 흥을 돋운다.
한국 국악협회가 전국에 숨어있는 판소리의 명창들을 발굴키 위해 마련한 이번 3번째 대회의 참가자는 모두 6명. 촌색시처럼 진분홍색 치마저고리룰 차려입고 나와 1등상을 차지한 최승희씨를 비롯하여 이용길(43) 한정하(25) 정순임(37)씨가 현존하는 판소리 5마당중 춘향가를 노래하여 『판소리라면 역시 춘향가』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최영길씨(43)는 적벽가 중에서 『공명이 바람비는 대목』을, 김경숙씨(29)는 흥보가 중에서『흥보가 매품팔러갔다 돌아온 후 형님한테 매맞는 대목』을 노래했다. 심사위윈은 전기수씨(한국국악 고교 교장)를 위원장으로, 송방송씨(한국 국악원장), 판소리의 인간문화재인 박동진·정권진씨 등.
정정열판의 춘향가를 불러 1등상을 받은 최씨는 김여난씨의 제자·19세부터 판소리를 배웠으나 살림살이를 하느라 10여년전부터 소리를 놓았던 3명의 딸을 가진 가정주부.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 보겠다』는 각오를 밝힌다.
2등에는 김경숙·이용길씨, 3등에는 정순임·최영길씨, 장려상은 한정하씨, 인기상은 대구출신 정순임씨가 차지했다.
시상뒤에는 중견 국악인 성창순씨가 심청가 중 『심소저 용왕상봉 대목』을 노래했고, 성우향씨는 춘향가 중 『사랑가』를, 10윌초 신라문화제에서 장원한 김영자씨는 심청가 중 『박씨부인 유언장면』을 여유있는 태도, 풍부한 발림으로 노래하여 판의 흥을 더욱 돋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